흐린 가을 하늘에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도 될 만한 날에 청년들과 산에 올랐다. 지난 여름의 무더위와 짙은 푸르름은 간 곳이 없고, 나뭇잎이 물들어 가을은 저만치 다가와 있었다. 시절이 하수상하여도 자연은 세상과 관계 없이 제 철을 지켜 나갔다. 그나마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와 힘찬 발걸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도 될 만한 날에 청년들과 산에 올랐다. 지난 여름의 무더위와 짙은 푸르름은 간 곳이 없고, 나뭇잎이 물들어 가을은 저만치 다가와 있었다. 시절이 하수상하여도 자연은 세상과 관계 없이 제 철을 지켜 나갔다. 그나마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와 힘찬 발걸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
나는 내 아이에게 일체의 요구와
그 어떤 교육도 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서 온 내 아이 안에는 이미
그 모든 씨앗들이 심겨져 있을 것이기에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물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 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박노해,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2010, 부분>
부모에게 자식이란 신이 주신 선물이지만, 자식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자식은 부모를 통해 세상에 나오지만, 자기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단 세 가지다.
부모나 선생으로서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세 가지다. 그것이 배움이자 교육이고, 나머지는 모두 사이비거나 쓸데없는 것이다.
박근혜가 사퇴라도 할 수 있는 판단력이 있을까?
사이비 종교 교주 최태민, 최순실과 이 땅의 지배계급인 친일반민족 군부독재 세력들은 금치산자 수준의 심신미약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권력을 틀어쥐고 이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다. 최순실과 친일반민족 독재세력들에게 저주가 있으라.
최태민의 노리개였고, 최순실의 바비인형이었던 그도 참 불행한 여인이다.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이 땅은 어리석은 백성 51.6%들은 더 불쌍한 사람들이다. 영문도 모른채 진도 앞바다에서 넋으로 스러진 단원고 학생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생명을 잃은 백남기 씨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어리석은 백성들은 이제 매트릭스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최순실을 보면서 이제는 빨간약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박근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나 있을까?
시적 외양은 다 갖춰졌는데 와 닿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 말의 꼬임이 없다.
- 너무 복잡해서 흐름이 안 보인다.
- 안 깎은 연필 글씨처럼 표현이 뭉툭하다.
- 말의 드리블이 느리거나 서툴다.
- 빌려 입은 옷처럼 멋 부린 느낌이다.
- 세부가 없이 너무 담방하다.
- 뻔한 말장난을 하고 있다.
- 처음부터 하려는 얘기가 다 보인다.
- 머릿속에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
-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다.
- 이 시를 왜 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성복, 무한화서, 2015, p. 92>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달이 나이고 해가 나이거늘 분명 그대는 나일세
<장일순, 1984년>
사느라고 애들 쓴다.
오늘은 시도 읽지 말고 모두 그냥 쉬어라.
맑은 가을 하늘가에 서서
시드는 햇볕이나 발로 툭툭 차며 놀아라.
<김용택, 쉬는 날, 2016>
길가의 활짝 핀 코스모스를 보며, 김용택의 시를 생각했다. 그래. 오늘 같은 날은 아무 일도 안 하고, 푸른 하늘 아래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나 보면서 놀아야겠다.
딸아 사랑은 불 같은 것이란다 높은 곳으로 타오르는 불 같은 사랑 그러니 네 사랑을 낮은 곳에 두어라 아들아 사랑은 강물 같은 것이란다 아래로 흘러내리는 강물 같은 사랑 그러니 네 눈물을 고귀한 곳에 두어라 우리 사랑은 불처럼 위험하고 강물처럼 슬픔 어린 것이란다 나를 던져 온전히 불사르는 사랑 나를 던져 남김없이 사라지는 사랑 사랑은 대가도 없고 바람도 없고 사랑은 상처 받고 무력한 것이지만 모든 걸 다 가져도 사랑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사랑이 길이란다 사랑이 힘이란다 사랑이 전부란다 언제까지나 네 가슴에 사랑의 눈물이 마르지 않기를 눈보라 치는 겨울 길에서도 우리 사랑은 불이어라 <박노해, 사랑은 불이어라, 2013>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부디 서두르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말아라.
모든 것은 인연의 때가 되면
이루어져 갈 것이니.
<박노해, 다른 길, 느린걸음, 2014, p. 253>
인생 최대의 거짓말, 그것은 ‘지금, 여기’를 살지 않는 것이다.
내가 바뀌면 세상은 바뀐다. 세상은 다른 누군가가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힘으로만 바꿀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공헌한다’는 길잡이 별만 놓치지 않는다면 헤맬 일도 없고 뭘 해도 상관없다.
남이 내게 무엇을 해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라.
변할 수 있는 것과 변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라.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이 협력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신과 상관없다. 당신부터 시작하라.
다른 사람을 친구로 여기고, 거기서 ‘내가 있을 곳은 여기’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 ‘공동체 감각’이다.
누구도 자기의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자신도 다른 사람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
자신의 과제와 다른 사람의 과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의 중심에 ‘경쟁’이 있으면 인간은 영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세상은 단순하고, 인간을 변할 수 있으며,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인플루엔셜>
스페인 북부 나바라 지방은 한여름이라도 밤낮의 기온 차이가 꽤 크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기분좋게 걸을 수 있지만, 한낮이 되면 따가운 햇볕에 쉽게 지친다.
해가 중천으로 넘어갈 즈음, 마을 입구에서 한 소년을 만났다. 방학이라 학교에 가지 않는 소년은 순례자들을 상대로 레모네이드를 판다고 했다. 얼굴도 잘생기고 머리도 영리한 소년은 레모네이드에 값을 매기지 않았다. 한잔 마시고, 내고 싶은 만큼 기부하라고 했다. 그 돈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겠다고 했다. 더위에 지친 순례자들은 시원한 레모네이드 한잔을 마시고, 적어도 1유로 이상의 돈을 기부했다. 그 녀석의 장사 수완에 순례자들은 모두 유쾌한 한때를 보냈다.
한낮의 태양이 머리 위에서 이글거릴 때, 아이들은 수영복만 입고 다리 위로 달려갔다. 겁이 없는 개구쟁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리 위에서 개울로 몸을 던졌다. 지나가던 어른들은 혹시라도 아이들이 다칠까봐 잔소리를 해대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다이빙을 하고 멱을 감았다. 그 아이들 머리에서 나바라의 햇볕 냄새가 났다. 평화로운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역시 천국은 아이들의 것이었다.
여왕의 다리(푸엔테 라 레이나)를 떠난 카미노는 마녜루와 시라우키를 지났다. 포도밭과 밀밭이 번갈아 나오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비행기가 길을 내면서 날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는 에스테야인데, 이정표에 적힌 거리가 잘못된 듯 걸어도 걸어도 그 마을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