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노샴푸 한달

노샴푸 한달

언제부터 이런 고정관념이 생긴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감을 때 샴푸나 비누를 써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지난 설 연휴 이후로 샴푸와 비누를 끊었다. 난데없는 피부 알러지 때문에 이런 결심을 했는데, 때마침 읽은 우츠기 류이치 선생의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이라는 책이 확신을 주었다.

샴푸와 비누에 있는 계면활성제와 각종 화학 물질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고정관념으로 사람들은 머리를 감을 때나 샤워를 할 때 샴푸와 비누를 사용한다.

지난 한달, 샴푸와 비누를 끊고 생긴 변화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 샴푸와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 머리나 몸에서 나는 기름(피지)의 양이 크게 줄었다. 예전에는 하루만 머리를 감지 않아도 떡진 머리가 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 비듬의 양이 많아진다든지, 냄새가 더 난다든지 하는 부작용이 전혀 없다.
  • 머리 감기와 샤워가 간단해졌으며, 사용하는 물의 양도 적어졌다.
  • 발을 닦을 때도 물로만 하는데, 발 뒤꿈치의 하얀 각질이 사라졌다.
  • 샴푸와 비누를 사용하지 않으니 자연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면도를 할 때 비누거품이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물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 샴푸와 비누를 살 필요가 없으니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 유일한 단점은 샤워를 하고 난 이후의 개운함이 적다는 것인데, 이것은 차츰 적응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샴푸, 노비누 한달 동안 피부는 더욱 매끈해졌다. 앞으로 평생 샴푸나 비누 쓸 일은 없을 것 같다. 우츠기 선생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노샴푸 습관이 탈모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노샴푸를 안 할 이유는 없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3.1 독립선언서

3.1 독립선언서

3.1 혁명 100주년, 건국 100주년에 다시 보는 독립선언서이다.

1
이제 우리는 우리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한다. 이를 세계만방에 알려 인류가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하고, 자손만대에 알려 민족자존의 올바른 권리를 영원히 누리도록 한다.
2
(우리는) 반만년 역사의 권위에 의지하여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며, 이천만 민중의 충성스러운 마음을 모아 우리의 독립을 널리 퍼뜨려 알리는 것이고, 겨레의 한결같은 자유 발전을 위하여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며, 전 인류가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는 세계 개조의 큰 뜻을 따르고 함께 나아가기 위하여 독립을 주창하는 것이니, 이것은 하늘의 뜻이며 시대의 큰 흐름이며 전 인류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권리를 얻기 위한 정당한 주장이자 활동이므로, 세상 그 무엇도 우리의 독립을 막지 못할 것이다.
3
구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에 나라를 빼앗겨 오천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다른 민족에게 자유를 억압당하는 고통을 겪은 지 오늘로써 십 년을 넘어섰다.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긴 지 몇 년이며, 정신 발전의 장애를 입은 것이 얼마나 크며, 민족적 권위와 명예가 훼손당한 것은 또 얼마나 막심하며, 우리의 지식과 재능, 독창적인 발상으로 인류 문화의 큰 발전에 이바지하고 도울 기회를 얼마나 많이 놓쳤는가.
4
오호라, 예로부터 쌓인 억울함을 호소하려면, 지금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면, 민족의 양심과 국가의 위신과 도의가 눌리어 쪼그라들고 힘없이 사그라진 것을 다시 살리고 키우려면, 저마다 자신의 인격을 올바르게 발달시키려면, 불쌍한 아들딸들에게 부끄러운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우리의 후손들이 길이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하려면, 가장 긴급한 임무가 민족의 독립을 이루는 것이다. 이천만이 모두 마음속에 날카로운 칼을 품고, 인류 공통의 가치와 시대의 양심이 정의의 군대가 되고, 인륜과 도덕이 무기가 되어 우리를 지켜주는 오늘, 우리가 나아가 얻고자 하면 어떤 강적인들 물리치지 못할 것이며, 물러서서 계획을 세우면 어떤 뜻인들 펴지 못하겠는가!
5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 이래 수시로 양국 간의 굳은 약속을 저버렸다고 해서 일본의 신의 없음을 비난하지는 않겠다. (일본의) 학자는 강단에서, 정치가는 실생활에서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터전을 식민지로 삼고, 우리 문화민족을 마치 미개한 사람들처럼 취급하여, 단지 정복자의 즐거움을 누릴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오래고 영원한 사회 기틀과 뛰어난 민족의 마음가짐을 무시한다고 해서 일본의 옳지 못함을 책망하지 않겠다. 자신을 탓하고 격려하기에 다급한 우리는 남을 원망할 수 없다. 현재를 돌보기에 바쁜 우리는 예로부터의 잘못을 따질 겨를도 없다. 오늘 우리가 할일은 오로지 우리 자신을 다시 세우는 것이지 결코 남을 헐뜯는 것이 아니다. 엄숙한 양심의 명령으로써 우리 민족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지 절대로 해묵은 원한과 일시적인 감정으로 남을 시기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낡은 사상과 낡은 세력에 얽매여 공명을 세우고자 했던 일본인 위정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지금의 그릇된 현실을 고치고 바로잡아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지배하지 않는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올바른 세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 겨레가 원해서 된 일이 아닌 양국 병합의 결과가, 근본적인 대책 없는 억압과 차별에서 오는 불평등과 (사회 발전에 대한) 거짓된 통계숫자 때문에 이해가 엇갈린 두 민족 사이에 화합할 수 없는 원한의 도랑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지금까지의 사정을 한번 살펴보라. 용감하고 과감하게 예전의 잘못을 바로잡고, 참된 이해와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친하게 지내는 새 시대를 여는 것이 서로 화를 멀리하고 행복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울분과 원한이 겹겹이 쌓인 이천만 조선인을 힘으로 억누르는 것은 결코 동양의 영원한 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동양의 안전과 위기를 좌우하는 사억 중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 시기를 갈수록 깊게 하여, 동양 전체가 함께 쓰러져 망하는 비극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오늘 우리가 조선 독립을 선포하는 까닭은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정당한 번영을 이루게 하는 동시에, 일본으로 하여금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동양의 안전을 지켜나갈 무거운 책임을 통감케 하는 것이며, 중국으로 하여금 꿈속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불안과 공포로부터 해방되게 하는 것이며, 세계 평화의 중요한 요소로서 동양 평화를 실현하여 전 인류의 복지에 반드시 있어야 할 단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졸렬한 감정상의 문제이겠느냐.
6
아아, 새 하늘과 새 땅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힘의 시대는 가고 도덕의 시대가 온다. 지나간 세기를 통하여 깎고 다듬어 온 인도적 정신이 바야흐로 새로운 문명의 찬란한 빛을 인류 역사에 던지기 시작한다. 새봄이 온 누리에 찾아들어 만물의 소생을 재촉한다. 찬바람과 꽁꽁 언 얼음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이 지난 시대의 불길한 기운이었다면, 온화한 바람과 따뜻한 햇볕으로 서로 통하는 것이 다가올 시대의 상서로운 기운이니, 하늘과 땅에 새 생명이 되살아나는 이때에 세계 변화의 도도한 물결에 올라 탄 우리에게는 주저하거나 거리낄 그 어떤 것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본디 타고난 자유권을 지켜 풍성한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며, 우리가 넉넉히 지닌 독창적 능력을 발휘하여 봄기운이 가득한 온 누리에 조선 민족의 우수함을 꽃피우리라.
7
그래서 우리는 분연히 일어나는 것이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고, 진리가 우리와 더불어 전진하니, 남녀노소 구별 없이 음침한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즐거운 부활을 이룩할 것이다. 천만년을 이어오는 조상들의 넋이 우리를 안으로 지키고, 전 세계의 움직임이 우리를 밖에서 보호하니, 일을 시작하기만 하면 곧 성공을 이룰 것이다. 오로지 저 앞의 빛을 따라 힘차게 전진할 따름이다.
공약삼장
하나, 오늘 우리들의 거사는 정의·인도·생존·번영을 찾는 겨레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정신을 발휘할 것이고,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치닫지 말라.
하나,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올바른 의사를 당당하게 발표하라.
하나, 모든 행동은 먼저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들의 주장과 태도를 어디까지나 공명정대하게 하라.
조선 나라를 세운 지 사천이백오십이 년 되는 해 삼월 초하루

<3.1 독립선언서 현대어 번역본>

트럼프와 김정은

트럼프와 김정은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상과는 다르게 성과 없이 끝났다. 트럼프는 예전의 트럼프가 아니었다. 워싱턴의 주류 정치인과 언론들은 그를 사정 없이 몰아붙였다. 그는 실무진이 협상하여 마련한 합의문에 서명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져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었지만, 한반도의 상식 있는 국민들의 처지에서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평양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4천 킬로미터가 훨씬 넘는 거리를 열차로 이동한 김정은은 비록 젊었지만, 피곤해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는 뭔가 합의를 기대하고 달려왔지만, 트럼프는 그의 기대를 총족시키지 못했다. 서른 다섯의 젊은 지도자의 어깨 위에 2천 5백만 북한 인민의 삶이 얹혀 있었다. 그는 몹시 버거워 보였고, 긴장되어 보였다.

북미정상회담에 재를 뿌리는 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 자들이다. 군수업체 로비를 받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이나 전범의 후예인 일본 아베는 그렇다 치자. 한반도 평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 땅의 반민족 친일 매국노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말 무지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탐욕에 눈이 먼 것인지.

트럼프가 망나니이긴 하지만, 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오바마보다 낫다. 바라건대, 이 한반도에도 제발 평화가 찾아오길. 그렇게만 된다면, 트럼프는 재선에도 성공하고 노벨평화상도 받을 것이다. 그나저나 문재인 대통령만 힘들게 생겼다.

공동체와 갈등

공동체와 갈등

갈등은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할 만큼 중요합니다. 갈등을 없애거나 피하려고만 하는 태도는 마치 병의 근본 원인이 아닌 증상만 없애려는 것과 같습니다.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볼 때에야 갈등의 근원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거울을 치우거나 거울 앞에서 도망친다고 해서 병이 나을 리 없지요. 모든 갈등은 예수님이 각자에게 주시는 질문입니다.

<이재영, 오두막, IVP, 2016, p. 247>

죽음을 알리는 신호

죽음을 알리는 신호

사람들은 죽기 직전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본인과 가족 모두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다.

– 2주 전: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된다.

– 1주 전: 물도 삼키기 힘들어지고 걸을 수 없게 된다. 의식이 명료하지 않고 자는 시간이 길어진다.

– 6일 전: 환시, 환청이 생기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섬망 증상이 나타난다.

– 5일 전: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목에서 그르릉거리는 소리가 난다.

– 4일 전: 소변이 안 나오게 된다.

– 3일 전: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전혀 거동을 못하고 누워 지낸다.

– 2일 전: 불러도 반응이 없다.

– 1일 전: 몸에서 철이 녹슨 듯한 냄새가 난다.

– 한나절 전: 손발이 차가워지고 자줏빛으로 면한다. 혈압이 떨어진다.

– 임종: 호흡이 멈추고 온몸이 차가워진다.

<오가사와라 분유, 더 없이 홀가분한 죽음, 위즈덤하우스, 2018, p. 184>
중완(中脘) – CV12

중완(中脘) – CV12

중완(中脘)은 임맥의 12번째 혈이다. 족양명위경의 모혈(募穴)이고, 팔회혈(八會穴) 중 부회(腑會)에 해당한다. 배꼽의 중점과 기골을 연결하는 선 중간에서 취혈한다. 배꼽 위 4치에 위치한다.

백회(百會) – GV20

백회(百會) – GV20

백회(百會)는 독맥의 20번째 혈이다. 머리는 모든 양(陽)이 모이는 곳이며, 백회는 머리의 정상에 있다. 족태양(足太陽), 수소양(手少陽), 족소양(足少陽), 족궐음(足闕陰), 독맥(督脈)이 모이는 곳이라 삼양오회(三陽五會)라고도 한다. 하악각(下顎角)와 이첨(耳尖)을 연결하는 선과 머리의 정중선이 교차되는 지점에 취한다. 전발제(前髮際) 위 5치, 후발제(後髮際) 위 7치에 위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