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MBC가 맡는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박정희의 유신 군사독재가 한창일 때,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통해 독재와 투쟁을 시작한다. 이에 놀란 박정희 정권은 동아일보에 대해 광고탄압을 자행하고, 150여명이나 되는 기자와 PD, 그리고 아나운서들이 해직을 당한다. 이른바 동아투위의 시작이다. 결국 제정신을 가진 언론인들은 그때 거의 다 거세되었고, 언론에 암흑기가 도래했지만, 해직 언론인들은 재야에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88년 한겨레신문의 창간을 주도한 이들도 이들 해직 언론인들이었고, 지난 30여년간 언론 자유와 언론 운동을 이끄는 정신적인 힘은 거의 대부분 동아투위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이 정권을 잡자 언론 상황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35년 전으로 급회귀해버렸다. 이명박과 박정희를 차이는 투표로 정권을 잡았는가 아니면 군부 쿠데타로 잡았는가의 차이 뿐이었다. 부도덕하고 탐욕스럽기는 매일반이었지만, 거짓말하기는 이명박이 오히려 원조 독재 박정희를 능가한다.
지금은 35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명박이 들어서자마자 한 짓은 KBS와 YTN 사장을 자기 심복으로 교체하는 일이었다. 혁명을 하든, 쿠데타를 하든 맨 처음 해야할 일이 방송국 장악인 것을 이명박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의 당선은 극우언론들의 사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정통성 유지는 군부독재 정권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참여정부 때는 KBS 사장을 정연주라는 인물이 맡고 있었는데, 정연주 역시 동아투위 출신이었다. 정연주 사장 하에서 KBS는 신뢰도 1위의 언론으로 거듭났었다. 그러나 사장이 바뀌자마자 이들은 정권의 나팔수로 급격히 변신한다.
이제 남은 것은 MBC뿐인데, 이명박 정권은 허울좋은 민영화를 통해 MBC를 극우언론이나 재벌들의 먹이감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금 국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디어 관련 법안이 바로 MBC를 조중동에게 넘기기 위한 사전준비인 것이다. 이명박은 자신의 당선과 정권 유지의 일등공신인 조중동을 나몰라라할 수 입장이 아니기에 어떤 무리수를 쓰든지간에 MBC를 조중동에게 넘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종이 신문의 몰락은 명약관화한 것이고, 조중동이 지금과 같은 언론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을 잡아야하는 상황이다.
이명박의 이런 음모에 언론노조가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특히 MBC의 젊은 노조원들이 이명박의 음모를 전세계에 고발하기 시작했다. 35년 전, 동아투위 선배들이 비장하게 자유언론실천을 선언했다고 하면, 이들 MBC 노조원들은 패기있고, 발랄하게 이명박과의 투쟁을 선언한 것이다. 이명박과 언론노조, 특히 MBC 노조와의 싸움은 단순히 방송국 하나를 민영화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이 아니다. 과연 이 나라가 정상적인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 더 나아서는 이 나라가 숨을 쉴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원인 것이다.
그 이름도 왜색창연한 이명박(아키히로)을 사람들은 MB라 부른다. MB의 언론장악 음모에 MBC가 나섰다. 이 싸움은 친일과 독재세력과의 싸움이고, 반민주주의와의 싸움이고, 비상식과의 싸움이다. 사필귀정이라 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다. MBC 노조원들을 믿고, 그들을 지지한다. 당신들 앞에는 동아투위 선배들이 있고, 당신들 뒤에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이 있다. 타협하거나 물러서서는 안되고, 끝까지 싸워야 할 것이다. 그것이 당신들과 우리들이 살 수 있는 길이다. MBC가 마지막 희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