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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보다 박재범을 옹호하고 싶은 이유

정운찬보다 박재범을 옹호하고 싶은 이유

인기 댄스 그룹 2pm의 박재범이 그룹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몇 년전 인터넷에 올린 한국에 대한 글이 문제가 되었다. 순식간에 여러 주장들이 난무했다. 가수라는 공인이 가져야할 자세부터, 천박한 애국주의, 그리고 파시즘에 이르기까지 그 주장들은 날카로운 논리를 간직한 채 서로를 찌르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어느 주장이 옳고, 어느 주장이 그른지 얘기할 수 없는 그야말로 논란의 도가니였다.

유승준이라는 가수가 있었다. 미국명은 스티브 유. 그는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하다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은 그의 말바꿈과 표리부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도 역시 가수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삶의 궤적이 청문회를 앞두고 드러나기 시작했다. 깔끔한 이미지에 진보연했던 그도 역시 병역면제, 세금탈루, 논문 이중 게재 의혹을 받고 있다. 예상대로 그는 한나라당과 이명박과 훨씬 가까운 족속이었다. 이명박도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국군통수권자가 되었다. 물론 그가 임명하는 장관과 고위급의 태반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위장 전입과 같은 가벼운(?) 범법 행위는 기본이었다. 새로 임명된 검찰총장도 위장 전입을 몇차례 하고도 법을 집행하는 검찰총장이 될 수 있었다.

박재범과 유승준은 가수다. 물론, 그들이 실수를 하긴 했지만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국회의원이나 장관, 그리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실수(범법 행위가 아니라)는 용납되지 않았다.

법을 어긴 이력이 없이는 현 정부의 고위직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재범이나 유승준이 했던 실수보다도 정운찬이나 이명박의 범법 행위들이 더 심각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박재범과 유승준의 실수로 그들이 가수를 그만두어야 한다면 정운찬이나 이명박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법을 어긴 것인데도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일까?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대부분의 장관급 고위급들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데, 유독 가수들은 여기서 자유롭지 못할까? 세금도 아랫 것들이나 내듯이 병역도 역시 아랫 것들이나 지기 때문이겠지. 이제 우리는 실질적 봉건시대에 산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 계급에 속하지 않는 나나 당신은 군말없이 세금 내고 군대 다녀와야 하는 것이다.

박재범이 미성년 연습생 시절에 올린 몇 마디 글 때문에 이 나라는 너무나 뜨거웠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병역 면제에, 세금 탈루에, 논문 이중 게재를 한 총리를 받아들일 것인가? 박재범과 정운찬, 가수와 총리. 과연 예의 그 날카로운 이중잣대가 여기서도 먹힐 것인가? 나는 담담히 지켜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 실수를 탓하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 여유가 관용을 낳고 그 관용은 결국 자기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관용은 모두에게 동등히 적용되어야 하겠지만, 여전히 나는 정운찬보다는 박재범을 옹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