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대선후보 안철수가 지난 주말 사퇴했다. 민주당 후보 문재인과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물러났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사퇴를 아름다운 양보라 했고, 어떤 사람은 감동이라고 했으며, 어떤 사람은 실패라 했다. 단일화 과정은 지리멸렬했지만, 안철수는 끝내 자기가 한 약속을 지켰다.
안철수가 살기 위한 단 한 가지 선택지가 바로 사퇴였다. 하지만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 하더라도 그런 결단의 순간에 그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안철수 스스로 “영혼을 팔지 않았다”라고 했다지만, 그 결단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그런 선례를 남겼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그리고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지난 해 가을부터 안철수는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사람들은 그의 착한 성공을 보면서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을지, 대통령에 출마할지 많은 관심을 보였고,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출마하기도 전에 그는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들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른 바 “안철수 현상”이라 불리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었다.
두달 전, 안철수는 드디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그의 출마 선언은 많은 이들에게 새정치의 희망을 주었다. 이렇게 그의 시작은 희망이었고, 그의 사퇴는 감동이었다. 하지만, 지난 두달 간의 과정은 전략 실패와 역량 부족이었다. 박근혜와 맞서기 위해서 문재인과의 단일화는 예선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출마 직후부터 사퇴 직전까지 제대로된 전략과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문재인보다 훨씬 높던 그의 지지도는 두달 사이 많이 하락했다.
안철수는 조직이 없었기에 바람으로 승부를 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끊임없이 그 승부를 뒤로 미루었고, 결국 제대로된 승부도 하지 못한 채 사퇴하고 말았다. 안철수가 처음부터 국민경선으로 승부수를 띄웠다면, 그는 지금쯤 문재인 대신 박근혜와 대결을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이 100만 국민경선을 하자고 한다면, 안철수는 1000만 모바일경선으로 맞받아했었다. 통크게 바람을 일으키면서 문재인보다 먼저 제안하고 민주당을 압박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전형적인 전략의 실패와 용기 부족이었다. 이러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그가 제대로된 캠프를 꾸리지 못했기 때문이며, 제대로된 사람들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캠프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정치 낭인들이었거나, 실제 정치 경험이 전무한 교수들 또는 전문가 집단이었다. 이런 사람들 속에서 제대로된 전략이 나올 리 만무했다. 안철수는 매순간 끊임없이 계산했고, 결정을 연기했으며,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목표는 명확하지 않았고, 색깔도 선명하지 않았으며,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도 못했다. 그는 스스로를 외통수로 계속 몰아갔다.
안철수는 늘 새정치를 주장했지만, 그와 그의 캠프가 보여준 것은 전혀 새정치가 아니었다. 참담했다. 안철수가 새정치의 바람을 일으켰지만, 역설적으로 안철수는 그 새정치를 감당할만큼 역량이 되지 못했고, 준비도 부족했다. 그리하여 그의 도전은 두달만에 끝이 나고 말았다.
그가 마지막 순간에 단일화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퇴함으로써 그는 희망의 끈을 소진하지 않은 사람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 긍정적일 수 없다. 그는 청춘의 멘토로 남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나는 독심술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 다만, 그가 보인 행동과 선택으로만 판단할 뿐이다. 설령 안철수가 사람들이 얘기하는 충만한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정치라는 것이 그 선한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만약 정치인으로 계속 남길 바란다면, 그는 처음부터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역량과 내공을 키워야 한다.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장삿꾼의 잇속을 버려야 한다. 계산하지 말고, 국민을 믿고 원칙과 상식을 부여잡고 뚜벅뚜벅 나아가야 할 것이다.
과연 안철수가 그럴 수 있을까? 그가 절실해질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건투를 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