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당신들은 왜 눈물 흘리는가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이 났다. 불이 나서 2층으로 된 누각이 모두 타버리고 처참하게 붕괴되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했다. 어떤 이들은 나라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며 분통을 터트렸고, 어떤 이들은 눈물을 흘렸다.
늘 그렇듯 언론들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느니, 소화기가 8대 밖에 없었다느니, 밤에는 관리자가 없었다느니 하면서 선정적인 보도들이 난무한다. 이런 지극히 평면적인 보도들은 책임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기에는 좋을지언정 큰 도움은 안되는 얘기들이다.
블로그계에는 좀 더 차원 높은 원인 분석이 이어졌다. 조직적 재앙시스템이라는 시스템적 분석부터 예고된 화재였다는 얘기까지. 그리고 이러한 화재의 빌미를 제공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도 있었다. 다 맞는 얘기들이다.
숭례문의 화재와 붕괴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전임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이 자신의 치적을 위해 아무 대책없이 “졸속”으로 숭례문을 개방했던 것이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의 빌미가 되었다. 전시 행정, 졸속, 난개발 등 대한민국의 “천민” 자본주의가 일구어낸 성장과 성과 위주의 개발 정책이 빚어낸 결과들이다.
숭례문이 국보 1호란 사실을 제외한다면 이러한 붕괴는 낯설지 않은 모습 아닌가. 90년대만 하더라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고 성수대교가 붕괴되었으며, 외환위기로 나라 경제가 결딴났다. 어디 그뿐인가. 해마다 공사 현장의 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그때마다 언론들은 “인재”라고 떠들었다.
숭례문의 화재에는 “경제만 살리면 된다”면서 천하의 거짓말쟁이를 서울시장으로, 또 대통령으로 뽑아버린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디 숭례문만 그런가? 청계천은 또 어떤가. 그 숱한 문화재를 다 팽개쳐버리고 시멘트로 발라버린 그 수준 또한 숭례문의 붕괴와 다름없지 않은가.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경부운하 만든다고 우리나라 강이란 강은 모두 유린될 것이고, 수많은 문화재가 수장되거나 버려질 것이다. 또한, 우리의 말과 글도 영어몰입교육 앞에 벼랑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숭례문의 화재와 붕괴는 전조일 뿐이다.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눈물을 보이면 나중에는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