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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

혼자 놀기

아내가 서울에 가거나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예상치 못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 말로 일종의 득템인데, 이런 시간을 어쩔 줄 몰라하는 중년의 아저씨들이 있다. 그런 아저씨들은 아내의 잔소리에 너무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삼식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아내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다.

나이 먹을수록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이들이 장성하여 출가하면 부부 둘만이 집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은 대개 사회성이 강해 나이 먹을수록 약속이 많아지는 반면, 남자들은 혼자 집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므로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남자들은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또 다른 의미의 노예가 된다.

혼자 있을 때 중년의 남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여러 가지다.

1. 책 읽기: 좋은 책을 읽는 것만큼 재미있게 노는 방법은 없다. 책과 함께라면 하루 종일 혼자 놀 수 있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책은 오래된 친구만큼 삶을 빛나게 한다.

2. 산행: 아직 무릎이 성하다면 가까운 산에 가자. 한두 시간의 산행은 몸의 원기를 재충전해준다. 너무 높은 산일 필요도 없다. 자연과 벗하며 나무와 새와 계곡과 바위와 들꽃과 교감하면 그보다 좋은 시간은 없다.

3. 동네 산책: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 걷는 것은 또 다른 명상이다. 산에 갈 만큼 여유가 없다면 동네를 한 바퀴 걸어 보자. 몸과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다.

4. 악기 연습: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하나가 음악이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하나 있으면 삶은 더없이 풍요로워진다. 음악이 없는 세상은 지옥이 아닐까.

5. 영화 보기: 밀린 영화를 보거나 예전에 보았던 영화를 보는 것도 참 좋다. 어떤 영화는 여러 번 봐도 재미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 같은 영화는 수백 번 본 것 같다.

6. 글쓰기: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글은 많이 쓸수록 잘 쓰게 된다. 생각을 정리하면 조금 더 계획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7. 골프 연습: 골프 스윙 자체가 좋은 운동은 아니지만, 골프는 불교의 명상과 같은 측면이 있다. 욕심이 생길수록 스윙이 잘되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어 좋다.

중년의 사내들은 혼자 노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살아내야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누구든 신 앞에 선 단독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