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은 헌법재판소장이 되어야 한다
나는 전효숙이 얼마나 개혁적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가 2년 전 내린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법률 각하 의견은 그 당시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중 유일하게 상식에 맞는 판결이었다. 나는 법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법이 상식에 어긋난다면 그것은 좋은 법이 아님을 안다. 법은 상식 위에 존립할 수 없다. 헌법 조항에도 없는 수도 이전 사항을 “관습 헌법이니 헌법을 고쳐야만 수도 이전을 할 수 있다”라고 얘기한 당시의 7명의 재판관들은 참 뻔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도 그것이 말이 안되는 논리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불쌍한 사람들인가.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법적 양심을 속여야 했으니 아무리 뻔뻔하다지만 그들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부끄러워할 위인들도 아니다. 그러니 무치족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상식적인 판결을 한 전효숙을 헌법재판소장에 내정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정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하자없는 인사 결정이 무치 정당 한나라당에 의해 연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전효숙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몰상식한 집단이 상식적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맘에 안든다 하더라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전효숙 임명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전부이다. 지금처럼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임명안을 상정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이며 월권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이유를 열린우리당만 모르는 것 같다. 여당이면서 국회 다수당인 집단이 헌법재판소장 임명안조차 상정시키지 못하니 지지자들이 자꾸 떠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임명안 가결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명분도 없는 소수 야당에 밀려 임명안에 투표 절차조차 진행시키지 못하니 국민들이 그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통합신당 운운하지 말고, 제발 할 일을 하란 말이다. 한나라당이 의장석을 점거하면 경위권을 발동하여 끌어내려라. 사실 한나라당은 대화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다고 무서워할 필요 없다. 열린우리당도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다시 지지자들을 복귀시킬 수 있다. 전효숙 임명안을 최소한 상정이라도 해서 진행시켜야 한다. 가결시키면 더욱 좋다.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다닐수록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떨어진다. 당신들의 상전이 한나라당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들의 지지자들을 위해 일하라. 국가보안법도 철폐하고, 각종 개혁 법안도 통과시켜라. 제발 대통령이 일 좀 할 수 있도록 도와라. 당신들이 여당이고, 다수당이고, 당신들이 열쇠를 쥐고 있음을 왜 모르는가.
전효숙이 얼마나 상식적인 판결을 했는지 그의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법률 각하 의견을 요약해 본다.
- 우선 오늘날의 입헌주의 및 복지국가 헌법이론에서 과연 한 나라의 수도의 위치가 어느 정도의 헌법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서울이 수도”라는 관행적 사실이 다수의견이 말하는 “관습헌법”이라는 당위규범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 성문헌법을 지닌 법체제에서,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
- 다수의견은 관습 “법률”이 아닌 관습 “헌법”은 “헌법”이므로 그 변경은 헌법개정절차를 통해야 한다고 하나, 이는 형식적 개념논리에 집착한 것이고 실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의 변경은 헌법개정에 의해야 한다면, 이는 관습헌법이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을 변경시키는 것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
- 결론적으로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의 변경이 반드시 헌법개정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고, 현행 헌법상 국회의 입법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이 헌법 제130조 제2항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전효숙은 헌법재판소장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