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손학규의 탈당으로 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손학규는 한나라당 내에서 비록 넘버 3였지만, 대선에서는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였다.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하자. 만약 한나라당 후보로 손학규가 나왔다면 다음 정권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갈 확률이 컸다는 얘기다. 그런 손학규가 탈당을 했으니 한나라당의 정권교체 염원은 물거품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마 이번에도 한나라당 후보로 회창옹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명박과 박근혜로는 안된다는 걸 그들도 곧 알게 될 것이다.
손학규가 탈당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눈물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그의 탈당 기자회견문은 그가 다른 정치자영업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만을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원래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30년 군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만든 정당의 후신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손학규, 탈당 기자회견문 중에서]
한나라당은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군정 종식을 위해 만든 당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친일세력과 군부독재 세력 그리고 그 잔당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당이다. 한나라당은 그 때나 지금이나 친일과 독재세력의 후예와 잔당들이 주인이다. 이것을 몰랐다면 그의 역사 의식이 지극히 천박한 것이고, 알았는데도 이렇게 얘기한다면 이건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손학규 같은 이력을 가진 사람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한나라당을 변화시키기 위해 들어간 것이 아니고 양지를 찾아 반민주세력에게 투항한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단물을 다 빨아먹고, 이제 더이상 먹을 것이 없어 나온 것 뿐이다. 결국 손학규는 자신이 한 때 몸담았던 민주화운동 세력을 배반했고, 이제는 자신에게 온갖 영예를 안겨준 한나라당을 배반했다. 이중배반자 손학규가 되어 버렸다.
손학규 같은 사람들의 부역으로 한나라당은 극우, 수구, 반민주라는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엷게 하면서 그동안 국민들을 속일 수 있었다. 98년에 정권이 교체되고 지난 9년동안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 뿐이었다. 이런 정당에 부역한 손학규가 이제 와서 (마치 최근에 깨달은 것처럼) 한나라당이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의 잔재들이 주인 행세를 한다고 뛰쳐 나오는 모양은 참으로 측은해 보인다.
저는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손학규, 탈당 기자회견문 중에서]
여기서 그가 말한 무능한 좌파가 참여정부를 가리킨다면 그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저렴한지 또한 알수 있다. 참여정부 무능하지도 않고, 좌파도 아니다. 단지 탈당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 뿐이다. 새로운 정치 질서 창조를 위해 자기를 던지겠다는 것은 손학규의 위선이다.
진정한 반성 없이 자기 합리화와 위선을 가지고는 성공할 수도 없고, 성공해서도 안된다. 손학규는 한나라당 부역이라는 주홍글씨부터 지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건처럼 깨끗하게 정계 은퇴를 하든지, 아니면 이번 대선을 포기하고 남은 기간 언론 개혁을 위해 몸을 바쳐라. 그런 후에 당신의 주홍글씨가 흐릿해 질 때 당신의 진정성을 다시 한 번 따져 보겠다.
당신의 탈당은 환영하지만, 당신의 눈물은 보기가 싫다. 아직은 당신이 악어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