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믿지 마라
아이들아.
너희들도 눈치챘겠지만, 되도록이면 이 땅의 어른들을 믿지 마라. 특히, 출세하고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자들을 믿지 마라. 그들 중 열에 아홉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족속들이다.
정치인을 믿지 말고, 재벌들을 믿지 말고, 언론과 기자들을 믿지 말고, 고위 관료들을 믿지 말고, 판검사들을 믿지 마라. 그들 대부분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며, 거짓말을 잘하고, 탐욕스럽고, 염치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너희들의 생명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다. 너희들의 삶과 행복은 안중에도 없다.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침몰로 300명이 넘는 학생과 승객들이 물에 빠졌는데도 선장이란 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일 먼저 구조선에 올랐다. 정부와 해경도 너희들을 구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모두들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누굴 탓하겠느냐. 단 한 번도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이 빌어먹을 땅에,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린 이 비루한 땅에 태어난 것을 탓할 수 밖에. 비록 너희들이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 땅의 그 모든 무책임과 탐욕과 거짓의 찌꺼기들을 가장 약한 고리인 너희들이 짊어지게 되었다.
너희들의 죽음 앞에 많은 어른들이 짐짓 미안해하고 슬퍼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을 믿지 마라.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그들은 또다시 숨쉬기조차 힘든 죽음의 길로 너희들을 몰아넣을 것이다. 무한경쟁의 정글로 너희들을 인도할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한 일이야”하며 썩은 미소를 지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너희들의 삶이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돈, 명예, 권력만을 쫓는 부나비들이다. 그들이 너희들을 달콤한 말로 유혹할 때, 저 남해바다 속에서 스러져간 250여명의 너희 친구들을 기억해라. 꽃보다 아름다운 너희들을 차디찬 바다 속에 남겨놓은 채, 혼자만 살겠다고 구조선을 맨먼저 탄 늙은 선장의 면상을 기억해라.
2014년 4월 16일, 너희들은 이 땅의 어른이라고 불리는 족속들의 민낯을 보았다. 그것이 그들의 본질이다. 잊지 마라. 그들은 또다시 너희들의 영혼에 상처를 줄 것이고, 협박과 공포로 너희들을 휘어잡으려 할 것이다. 잊지 마라. 그들은 탐욕의 좀비들이다.
아이들아.
너희들도 눈치챘겠지만,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너희들도 그들을 닮아갈 것이다. 이기심이 너희들을 쓰나미처럼 덮쳐올 때, 기억하라. 2014년 4월 16일을. 그리고 이 땅의 어른이라 불리는 족속들에게 조롱과 연민의 미소를 날려라.
세월호 참사로 먼저 간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이 여기보다는 더 따뜻하고 더 행복하고, 사랑과 정의가 젖과 꿀처럼 흐르는 곳이길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