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스승의 날을 기념한다니, 이런 부조리한 블랙 코메디가 또 어디 있을까.
급진적 교육 사상가인 이반 일리히(Ivan Illich)는 그의 책 <학교 없는 사회(Deschooling Society)>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Universal education through schooling is not feasible. It would be no more feasible if it were attempted by means of alternative institutions built on the style of present schools. Neither new attitudes of teachers toward their pupils nor the proliferation of educational hardware or software (in classroom or bedroom), nor finally the attempt to expand the pedagogue’s responsibility until it engulfs his pupils’ lifetimes will deliver universal education. The current search for new educational funnels must be reversed into the search for their institutional inverse: educational webs which heighten the opportunity for each one to transform each moment of his living into one of learning, sharing, and caring.
학교를 통한 보편적 교육은 가능하지 않다. 보편적 교육은 현행 학교 형태 위해 세워진 어떠한 대안교육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학생에 대한 교사들의 새로운 태도, 교육적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보급, 학생들의 일생 동안 교사의 교육적 책임을 넓힌다고 해도 보편적 교육은 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주입식 교육울 추구하는 현행 추세를, 그 정반대의 제도 추구, 즉 개인의 삶의 모든 순간을 공부하고, 나누고, 돕는 순간으로 바꾸도록 하는 교육 네트워크로 전환해야 한다.
일리히는 제도화된 학교의 위험성을 고발했다. 그는 학교에는 교육이 없고, 교회에는 신과 종교가 없으며, 병원에는 치유가 없음을 꿰뚫어 보았다. 이러한 그의 통찰은 상당히 급진적이고 심오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2010년 한국에서는 일리히의 주장이 사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교육열이 가장 높고,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다 건 사람들이고, 자녀 교육에 관한 한 이들은 미쳤다. 교육이라고 해봤자 그들이 얘기하는 것은 속칭 “일류 대학 들어가기”뿐인데도 말이다.
한국은 대학 졸업장으로 계급이 분화되는 사회이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인생의 출발선이 달라지고, 그들을 보는 눈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의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걸고 있고, 초중고 교육이라는 것은 오직 일류 대학 들어가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학교에서는 오직 경쟁만을 가르친다. 그것도 얼마나 시험 문제를 잘 푸느냐에 따른 경쟁. 학교에는 교육이 없고, 오직 훈육과 조련만이 있다. 아이들은 시험보는 기계,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오직 이런 과정을 통해 이 나라가 원하는 인력들을 생산한다.
이런 과정을 우수하게 통과한 소수의 아이들은 일류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사회 지배 계층으로 진입하게 되고, 이 경쟁에서 탈락한 대다수 아이들은 평생을 루저(Loser)로 살아가게 된다. 삶에 대한 열정도 없고, 고민도 없고, 성찰도 없이 그저 정글 같은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파편화된 삶을 영위한다.
한국의 학교들은 그런 인재(라고 부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들을 생산한다. 대학은 졸업장을 미끼로 장사를 하고 있고, 중고등학교는 일류 대학을 가기 위해 견뎌야하는 훈련소이다.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군사부일체 운운하면서 스승의 날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을 보면, 하나의 거대한 정신병원을 보는 것 같다. 웃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이 나라에 어떤 스승이 있을까? 아이들을 성적과 대학 진학이라는 올가미로 세뇌하는 스승들 외에 어떤 스승들이 있을까? 아이들에게 꽃 받을 자격이 있는 스승들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니 이 거대한 집단 정신 이상과 집단 사기극을 알아볼 수 있는 스승이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스승의 날은 이 땅의 스승들에게 가장 부끄러운 날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 날이 하루 빨리 없어지길 바란다. 아이들을 정신적 불구로 만드는 나라에서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정말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엽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