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에 대한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
지난 3월 26일 (벌써 5일 전의 일이다) 백령도 남쪽 해상에서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이 두동강이 난 채 침몰했다. 천안함에는 승조원 104명이 타고 있었는데, 58명은 구조되고 46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실종자들은 침몰된 배꼬리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났지만,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진척이 거의 없다.
함장을 포함한 58명이 구조되었는데도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해군과 국방부 그리고 정부는 사고의 원인을 밝힐 만한 정보를 내놓고 있지 않다. 사고를 당한 당사자들은 어떤 이유에 의해선지 노출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 사고는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있고 여러 가지 추측과 억측만 난무할 뿐이다.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언론과 한 차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사고의 원인에 대해 하나마나한 대답을 내놓았다.
사고 원인은 = 내부나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인양 후에 진상조사를 하면 알 수있을 것이다. 순식간에 반파돼 배 반쪽은 없어진 상태였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사항이다. 인양후 진상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 답변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이것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답변이다. 침몰 사고의 당사자이자 책임자가 이런 계산된 답변을 한 것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정말 모르든지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은폐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최원일 함장의 답변 중에서 그나마 가치가 있는 것은 화약냄새가 나지 않았다라고 얘기한 것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동문서답은 배에 대해 문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리 아들(상병 정범구)이 전에 한번 배타면 10~15일 후 복귀하는데 수리를 위해 들어온다고 하더라. 정말 배에 문제가 없었는지 진실을 말해달라 = 순식간에 두동강이 났다. 사고지점은 평소 작전지역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꽝하는 폭발음 이후 함장실에서 나와보니 선체 후미 부분이 안보였다.
배에 대해 문제가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원일 함장은 엉뚱한 답변을 한다. 질문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 지점에 대해서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것은 천안함 같은 큰 배가 정상 항로를 이탈해서 수심 30미터도 되지 않는 연안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 지역은 백령도 남쪽 인근 연안으로 수심이 낮은 곳이었다. 어떤 작전 때문에 천안함이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군당국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사고 직후 최원일 함장은 휴대전화로 참모총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새떼를 비행물체로 오인해 76mm 대공포를 5분 동안 쏜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며, 사고 지점에 해군이 먼저 도착하고도 아무런 구조 활동을 벌이지 않은 것도 그렇고, 최첨단 군함들이 이틀 동안이나 침몰된 함미를 찾지 못하고어선이 찾을 때까지 기다린 것도 그렇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데, 정작 이런 의문을 해결할만한 답변을 군당국은 제시하지 못하거나 안하고 있다.
오늘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항해사가 본 천안함 침몰 원인은 침수다”라는 글은 그동안 나온 여러 추측 가운데 가장 신빙성 있는 설명으로 판단된다.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피로 누적으로 천안함이 두동강 났다는 것이다. 이런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에 의한 선박 사고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이미 경험한 바가 있는 것이다. YTN의 보도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천안함은 칼로 자른 듯이 두동강이 났고, 폭발로 인한 사상자가 없다는 점, 아무런 부유물도 없고, 화약냄새도 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는 피로 파괴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천안함 자체의 결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QUESTION: South Korea’s defense minister said he did not rule out North Korea’s involvement in the sinking of the South Korean vessel, Yellow Sea. So do you have any comment?
MR. CROWLEY: Well, we’ll defer to South Korea to make their judgment. I don’t think we’re aware that there were any factor in that other than the ship itself.
질문 : 한국 국방부 장관은 한국 군함의 침몰에 북한이 연루 되었음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대해 할말 있나?
크롤리 차관보 : 글쎄, 사고 원인에 대한 판단은 한국정부가 할 일이지만, 우리는 천안함 자체 말고는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5일 간 해군을 비롯한 국방부와 정부의 행태로 봤을 때,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군과 정부는 거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생존자들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밝혀질 경우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의 지휘 체계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며, 이명박 정권과 다가올 지방 선거에도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천안함 꼬리에 40여명의 장병들이 갇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살아나올 확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젊은이들이 지은 죄라고는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에 입대한 것뿐이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을 지키겠다고 배를 탔다는 것뿐이다.
청와대 지하벙커에는 군 면제자 또는 기피자들이 안보장관회의라는 것을 열고 있고, 천안함 배꼬리에는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선 장병들이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그들을 구하겠다고 나선 노병 한주호 준위만 세상을 뜨고 말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난 2년간 이 나라는 엄청난 댓가를 치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하루하루 별일 없이 살았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은 지독히 운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천안함 실종자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한다.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