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 일출
저멀리 강구항의 불빛이 일렁거렸다. 파도는 끊임없이 화진 해변을 두드리며 나지막이 숨죽이며 울었다. 동쪽 하늘에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자 오리온 자리의 별들은 힘을 잃고 사위어갔다. 수평선 위에서 아스라이 집어등을 켜고 고기를 잡던 배들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항구로 돌아오고 있었다. 일찍 일어난 새들은 힘찬 날개짓을 하며 바다로 나갔다. 방파제 위의 하얀 등대는 연신 초록빛을 반짝였다. 그 옆에서 은은한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낚시꾼들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났고, 그들의 어깨 위에 밤샘의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동쪽 바다와 하늘이 시나브로 붉어지더니, 바다 속에서 버얼건 불덩이가 불쑥 솟아올랐다.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맹렬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붉은 빛이 점점 밝아지면서 맨눈으로 쳐다보기 힘들만큼 강한 흰빛이 되었다. 오늘은 오늘의 해가 떠올랐고, 저만치 물러갔던 하루가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