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두려워하는 것
지난 6월 촛불 시위가 한창일 때, 나는 해외의 어느 모임에서 대한민국 주류의 전형을 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의도한 바도 아니었고, 그런 부류의 인간들과는 단 1분도 같이 있지 못하지만, 그 당시 상황은 나를 그 자의 구역질나는 연설까지 듣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그 자의 말투에는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수십 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밤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에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권력을 잡고 있었던 1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당황했다.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주류가 느끼는 위기와 두려움은 시위 그 자체보다는, 뚜렷한 구심점도 없이 조직되지도 않은 채 수십 만명의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그 어떤 것에서 비롯되었다.
본능적으로 그 자는 “인터넷”을 촛불 시위의 주범으로 지목했고, 즉석 연설을 통해 인터넷의 역기능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던 외국인들은 그 자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그런 자와 같은 하늘을 이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했다. 그 자의 입을 통해 졸지에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에서 인터넷 파렴치국으로 전락해 버렸다.
얼마 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는 OECD 장관 회의에서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게거품을 물었다. 내가 그 천박한 주류에게서 들었던 바로 그 역겨운 말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웃기는 것은 인터넷에서 저속한 언어로 함부로 지껄이고 다니며 신뢰를 훼손하는 다니는 소위 “알바”들은 다 돈있는 주류들이 고용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그들에게 확실히 “독”이 된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
이미 갖은 지랄을 통해 방송을 다 장악해 버린 그들은 이제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장치들을 동원할 것이다. 주류 신문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터넷과 네티즌들을 공격하고, 검찰과 경찰을 시켜 선량한 네티즌들을 잡아들이고 있으며, 법 개정을 통해 네티즌들에게 재갈을 물리려 할 것이다. 인터넷을 통제하지 않고는 그들의 치부를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인터넷은 그런다고 통제되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아무리 해를 가려봐도 가려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송을 장악해서 “대통령과의 대화” 같은 이벤트를 만들어도 온라인 질문을 서둘러 마감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를 봐도 인터넷은 다른 언론 매체처럼 쉽게 장악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10년 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나 인터넷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우리의 유일한 무기이며, 그들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