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본능, 그리고 희망
지구 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동물인 인간은 생존이 아닌 다른 이유로 자기 종족을 공격하거나 죽인다. 같은 종족끼리 전쟁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동물은 인간이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는데,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흡사하다는 침팬지에게서도 이런 경향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이유>에는 한 침팬지가 다른 침팬지를 죽이는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
침팬지 길카가 새끼를 안아 어르고 앉아 있었을 때, 또 다른 침팬지 패션이 나타나서 잠시 동안 노려보다가 털을 세우고 공격했다. 길카는 소리 높여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그러나 그녀는 절름발이였다. 1966년 유행성 소아마비로 손목 관절 하나가 부분적으로 마비되었던 것이다. 절룩거리는데다가 보호할 새끼까지 데리고 있어서 길카에게는 가망이 없었다. 패션은 그 새끼를 잡아채어서 앞이마를 한번 강하게 물어죽이고 나서, 딸과 어린 아들과 함께 소름끼치는 축제를 벌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제인 구달, <희망의 이유> 중에서>
침팬지 패션은 먹을 것이 없어서 길카와 그의 새끼를 죽이고 잡아먹은 것이 아니다. 이런 소름끼치는 행위가 인간만큼 빈번한 것은 아니지만, 침팬지들도 증오와 분노를 폭력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몇 백만년 전에 같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형질이 유사함을 말해준다.
며칠 전, 어느 장애여성이 무자비한 구타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손에 붕대까지 감았으며, 50대씩 돌아가며 때리기도 하는 등 무자비하게 김씨를 집단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이들은 김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성폭행범으로 오해받자 장애여성 집단구타로 숨지게 해, 노컷뉴스>
이런 잔인한 사건들이 너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들은 놀라지도 않는다.
맹자는 인간들이 본래 선하게 타고 났다고 말하면서 측은지심을 예로 들었지만, 인간의 본성에는 측은지심과 더불어 극도의 잔인함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배금주의, 물질 만능주의가 횡행하는 시대에서는 이러한 잔인한 풍경이 일상이 되고 있다.
제인 구달은 올해로 76살이 된 할머니이다. 1년에 300일 이상 지구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희망을 말한다. 그는 몇 되지 않은 희망의 상징으로 남아 있고, 아직 인간들이 지구를 더 이상 망치지 않고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여전히 낙관적이고, 유쾌하고, 그리고 아름답다.
그의 희망이 모든 사람들에게 전염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