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 김용갑은 소위 수구꼴통의 대명사다. 그가 살아온 이력이 그렇고, 그가 주장하는 바가 그러하며 그가 행동하는 바 역시 그러하다.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사람 중 하나임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를 보면 눈쌀 찌푸려지고 밥맛 없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역겹지는 않다. 이유는 그가 겉과 속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실린 진보 지식인 손호철의 변명은 수구꼴통 김용갑의 주장과 행동을 훨씬 담백하게 만들 정도로 어처구니 없다. 지난 달 최장집의 한겨레 인터뷰의 완성판이라 할 것이다. 이들이 역겨운 이유는 반신자유주의를 외치면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어떤 당인가. 신자유주의를 가장 신봉하고 전파하는 정치세력 아닌가. 이 정도면 거의 자가당착의 기네스북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중도우파 정도의 보수 정권이다. 해방 이후 친일 독재 세력의 50년 집권이후 보수세력 김대중, 노무현 정부 집권 이제 겨우 10년째다. 그나마 IMF 사태가 아니었다면 개혁 보수 세력의 정권 교체는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지난 60년간 한국이 이루어온 정치적인 성과다. 절차적 민주주의 완성에 60여년이 걸린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시 친일 독재를 기반으로 했던 우리나라 특권 주류들에게 정권을 넘긴다는 얘기다. 반신자유주의가 핵심이라는 떠드는 (얼치기) 진보들이 말하는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당연하다, 어쩔 수 없다”라는 얘기는 시계를 꺼꾸로 돌리자는 주장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볼 때, 이들 진보들은 가장 교묘한 반노세력일 뿐이다. 우리 정치의 새로운 대안이 될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노회찬이 떠들고 있는 민노당도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신자유주의가 문제라면 이것을 반대하는 세력이 어떻게 하면 집권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왜 여론이 이렇게 왜곡되어 있는지 그 문제점을 성찰해야 되는데, 이들은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어쩔 수 없다며 노무현만을 반대하고 있다. 이념만 다를 뿐, 이들 얼치기 진보들도 특권과 자만으로 범벅되어 있다. 반동이며 표리부동이다.
신자유주의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 맞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로 공론화할 만큼 우리 사회의 수준이나 여건이 열악한 것 또한 사실이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오는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이지만 이것보다는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첫째 제대로 된 언론의 부재다. 조중동을 비롯한 거의 모든 언론이 사회의 의제와 여론을 왜곡시키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의제의 토론도 무의미하다. 조폭언론과 싸우지 않으면서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둘째 북핵 문제를 비롯한 남북, 북미 문제의 해결이다. 이것이 선행되고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북이 평화체제를 구축하면서 자유왕래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념을 가지고 토론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보안법도 철폐할 수 없는 수준의 나라라는 것 알고 있지 않은가.
자꾸 진보들은 노무현 정부가 실패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지난 4년간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어 놓은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대통령이 해 놓은 일보다도 더 많고 성과도 상당하다. 나는 노무현 정도 (사실 노무현 보다 나은 정치인이 보수 진보를 통틀어 한사람도 없지만) 의 개혁 보수 정치인이 적어도 10년이상 더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상식이 지켜지는 사회로 정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정도 되면 우리도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고,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국민이 합의하고 같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수준에서 얼치기 진보들이 얘기하는 것은 공허한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 운운하는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반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진정성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지금 진보세력, 민노당이 집권한다 해도 노무현 만큼 잘 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노무현을 욕해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국민은 훌륭한 국민이다. 노무현은 21세기 초 대한민국이 찾아낸 가장 소중한 존재다. 지금은 그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역사가 증명해 줄 것이다.
소위 진보 지식인들에게 바란다. 최소한 김용갑보다는 담백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