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30년간 치뤄진 선거 중 가장 편안한 선거였다. 선거 결과가 나오길 지켜볼 필요도 없이 방송사 출구 조사만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승리했다. 물론 민주당이 잘해서 얻은 결과는 아니다. 지난 1년 간 문재인 대통령의 헌신에 보낸 국민들의 지지와 믿음이 이루어낸 결과다.
문재인 정부의 제1호 공약이었던 적폐 청산은 사실 문재인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것처럼 국민들이 직접 하면 된다. 선거에서 적폐 세력(다른 말로 친일과 독재 부역 세력)들을 표로 심판하면 되는 것이다. 참 쉽다.
자유한국당은 TK자민련이 되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곧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온갖 기회주의 세력들이 깨어있는 시민들의 응징에 추풍낙엽이 되었다. 이제 다음 총선에서 이들을 국회에서 쫓아내고 새롭고 정의로운 정치 지형을 완성하면 된다. 민주당이 진정한 보수 세력이 되고, 정의당을 비롯한 건전한 진보 세력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국민들이 의회에서 적폐 세력을 몰아내면 개헌이 일사천리로 완성될 것이고 각종 개혁입법이 통과될 것이다. 공수처가 설치되어 검찰과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고, 재벌 개혁과 언론 개혁도 점차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민주 국가에서 선거는 권리이자 의무가 되어야 한다. 깨어있는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만이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위대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런 나라를 가질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다음 총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적폐 세력의 숨통이 끊어지고 비로소 정의로운 민주 국가가 완성될 수 있는 선거가 될 것이다.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이재명은 선명했다. 아니 선명한 듯 보였다. 그는 타협하지 않았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말은 거칠었으나 날카로웠다. 사람들은 그를 “사이다”라 부르며 열광했다. 비록 흙수저 출신이었지만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성남시장을 두 차례나 했으며 이제는 경기도지사에 도전하고 있다.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지난 몇년 간의 언행을 살펴 봤을 때 그는 더 이상 정치지도자로 거론되어서는 안 된다. 그의 인격과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났다.
이재명은 스스로 “전투형 노무현”이라 주장했으나 그는 오히려 싸움 잘하는 이명박에 가깝다. 그는 이명박처럼 거짓말을 잘한다. 스스로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들은 조금도 용서하지 않는다. 그를 비판(또는 비난)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기 위해 고소를 남발한다. 그리하여 얻은 그의 별명은 “읍읍이”다.
그의 성향은 진보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일베에 더 가깝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일베에 가입했다고 털어놓았다. 가입만 했고 활동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나, 물론 믿기 어렵다. 일베에 글을 쓸 목적이 아니라면 가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혜궁경 김씨 사건, 김부선과의 스캔들, 김사랑 강제납치 사건, 형과 형수 욕설 등등 그와 관련된 모든 논란은 그의 부도덕성과 비열함을 드러낸다. 그런 그가 여태 민주 진영의 대표 정치인 중 하나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의 언론 관리 능력이 정말 뛰어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가 이미 적폐세력과 한몸이었을 수도 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 때문에 그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싸움 잘하는 이명박이 민주 진영의 대표 선수가 될 수는 없다. 막말한다고 정청래를 자르고, 여자 문제가 있다고 박수현을 자른 민주당 지도부가 왜 이재명을 공천했을까? 그들도 역시 한 통속이지 않았을까?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정부 탄생을 경험한 국민들은 예전의 노예들이 아니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모두 몸으로 깨달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임을 우리 모두는 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고승덕은 아주 훌륭한 딸을 두었다. 고승덕의 딸 고희경은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 고승덕이 왜 교육감 후보로 적합하지 않은지를 논리정연하게 밝혔다.
고승덕의 인물됨이야 이미 오래 전에 알았던 것이고, 고승덕의 개인 가정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딸의 공개적 낙선 운동으로 그가 집밖에서뿐만 아니라, 집안에서조차 존경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처와 이혼하고 난 후,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남매를 방치하고 돌보지 않았음을 물론이고, 어떠한 경제적, 교육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부부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이혼할 수 있다. 하지만 피를 나눈 자식은 나눌래야 나눌 수 없는 천륜의 정이 있다. 이혼한 부부라도 자식을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고승덕은 이혼 후에 자식들과의 왕래는 고사하고, 전화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람이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고, 막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되었다.
고승덕의 딸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남들이 보기에 또는 본인이 느끼기에)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버지 고승덕의 관심과 사랑과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되었고, 서울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을 위해 자기 아버지의 본질을 까발렸다.
만약 고승덕의 딸이 고승덕과 같이 살았다면, 정몽준의 아들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을 미개하게 여기고 고승덕처럼 겉과 속인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에게 더 좋았을 인생인지 속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고승덕의 딸은 훌륭한 시민이 되었다는 것이고, 고승덕은 교육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승덕은 자기 딸의 교육에 무관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딸을 훌륭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고승덕이 서울시 교육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서울시 교육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지 모른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승덕은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고, 그 책임과 결과는 모두 서울시민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김민석(이라고 쓰고 김민새라고 읽는다)이라는 자가 있다. 이 자가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고의원이란다. 이 자는 유시민이 경기도 지사에 출마한다고 선언하자 연일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며 유시민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1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최종적 선택을 보고 말씀드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면서도 “원래 경기도에서 국회의원 하다가 대구 가서 대구시장 한다고 했다가 서울 왔다가 또 경기도까지, 어디까지 갈지”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며 나온 국민참여당은 지도급 인사들을 영남에 전진배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상당한 아쉬움을 갖고 있고, 그게 노무현 정신에 맞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인간 말종이라지만, 김민석이라는 자가 어떻게 “노무현 정신”을 입에 담을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고 아무말이나 함부로 지껄여도 되나? 배신을 밥먹듯 하는 이런 자가 어떻게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의 최고의원을 할 수 있으며, 지방선거기획본부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그러고도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유시민이 정계에 발을 담근 이유가 바로 김민석 같은 자가 노무현 등에 칼을 꽂았기 때문이다. 2002년 후단협을 만들고 정몽준에게 날아간 자가 누구였던가? 그 단일화 과정에서 끝까지 훼방을 놓고 재를 뿌렸던 것이 누구였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구? 그러면 오마이뉴스의 유시민 인터뷰를 읽어보라.
유씨는 “국민후보로 뽑힌 노무현을 아무런 이유없이 낙마시키려고 하는 민주당 반노(反盧)·비노(非盧)그룹의 행동은 국민들에 대한 배신 행위이자 사기 행위”라며 “이같은 비민주적인 행위에 대해 규탄하고 항의하는 시민·지식인 사회의 목소리를 조직하는 일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운동 시절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로 뛰어드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부연했다.
2002년 민주당은 자기 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았고, 김민석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더러운 짓을 일삼았다. 오죽했으면 당시 시사평론가였던 유시민이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로 뛰어드는 심정이라고 얘기했겠는가. 그런 김민석이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면서 유시민을 비난하고 헐뜯는다? 지나가던 이명박 <무소유> 읽는 소리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식 날, 유시민을 자기 후계자로 삼았다. 물론 공공연히 그렇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은 유시민에게 고맙다며 기어이 봉하마을 퇴임기념식 단상 위로 유시민을 불러 올렸다. (나는 이 동영상을 보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제가 그렇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은 가장 어려울 때 저를 지켜 주었습니다. 여러분이 그랬듯이, 어려울 때 친구가 친구고, 어려울 때 견디는 정치인이라야 진짜 정치인입니다.
<노무현, 봉하마을 귀향 연설 중에서>
누가 뭐래도 노무현의 뒤를 잇는 후계자는 유시민이다. 어디 감히 김민석 따위가 유시민에게 노무현 정신을 운운한단 말인가? 아직도 이런 자가 민주당 최고의원을 하고 있기에 민주당의 존재감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저렇게 개판을 치고도 히히덕거리고 웃을 수 있는 이유다.
김민석은 그 입 다물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영원히 잊혀져야 한다. 그 길이 그나마 김민석이 구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김민석 같은 인물이 있는 한, 민주당은 결코 한나라당을 넘어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