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Spirit)이란 무엇인가
영(Spirit)을 의식의 최상위 단계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다른 말로 진정한 신성 또는 궁극적인 존재의 근거라 할 수 있다. 깨달은 이들은 일관되게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들(깨달은 이들)은 궁극적인 존재의 근거를 마법적인 개념이나 신화적인 용어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세계 밖에 있는, 또는 단순히 이 세계를 초월해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궁극적인 존재의 근거를 이 세계의 ‘그러함(Suchness)’이나 ‘이러함(Thusness)’ 등으로 묘사한다. 또는 모든 것이 출현하는 자궁과 같은 공(空)으로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때로는 궁극적인 지성이나 현존하는 자각 또는 무한한 의식을 암시하는 용어로 묘사하기도 한다. 그것은 존재를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아는 존재 자체로서의 지성이며, 동시에 존재를 출현시키는 지성이다. 이 지성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참 자아이다. 그래서 앎과 존재, 또는 주체와 객체가 비이원적인 현존 상태에서 하나로 존재하는 그런 지성이다.
그것을 ‘주체(a subject)’라고 한다면, 광대하게 열려 있는 목격자(또는 주시자), 절대적인 주관성, 대상을 공평하고 동등하게 노력 없이 자발적으로 비추는 거울 같은 마음, 모든 것을 끝없이 품으면서 지금 그리고 여기에 충만하게 현존하는 큰 마음 등으로 표현해 볼 수는 있겠지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주체이다.
그것을 ‘존재(Being)’라는 용어로 묘사하는 경우에는 존재론적인 실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개념과 느낌과 생각과 이미지에 앞서 존재하는, 그러나 존재하고 있는 단순한 느낌으로서 지금 여기에서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무엇의 그저 ‘그러함(Suchness or Is-ness)’을 의미한다.
그것을 인격적인 개념으로 묘사할 경우에는 모든 신 너머에 있는 ‘신성’, 이 순간 만물이 거기에서 출현해 나오는 ‘심연-지성(Intelligence-Abyss)’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영원하다. 여기서 영원하다는 것은 영구히 지속된다는 뜻이 아니라, 시간이 없는 현재로서 언제나 현존하고 있는 무엇이라는 뜻이다.
<켄 윌버, 통합 비전, 물병자리, 2008, pp. 153-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