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조갑제를 용서할까
전직 월간조선 사장이었던 극우 언론인 조갑제가 예수를 들먹이면서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도덕적이라고 설교했다. 예수가 한반도로 건너와 정말 고생 많이 하신다. 위대한 시장경제론자가 되어야 하고, 이랜드의 매출과 이익도 올려줘야 하고, 사학법도 막아줘야 하고, 초대형 교회 부흥도 시켜야 하고, 서울도 봉헌받아야 하고.
백만 보 양보해서 조갑제의 말대로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더 도덕적”이라 하자. 그렇다면 예수는 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을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진정으로 말한다. 부자가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제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 매우 놀라서 물었습니다. “그러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습니까?”
<마태복음 19:23-25>
조갑제의 말대로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더 도덕적인데, 예수는 그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천국은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이란 말인가. 우리나라의 부자 낙타들 중 과연 천국의 바늘 구멍을 통과할 자가 누구란 말인가, 갑제씨.
조갑제의 의해 위대한 시장경제론자가 된 예수도 조갑제의 논리에 의하면 부도덕한 이가 되어 버렸다. 부자를 축복하지는 못할 망정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을 해 버린 예수는 조갑제 식으로 얘기하면 부도덕의 극치가 된 것이다. 어떤가? 자기모순 아닌가? 이명박을 구하기 위해 진정 이렇게 예수까지 팔아야 한단 말인가, 갑제씨?
내가 아는 한, 제대로 된 그 어떤 종교도 부자가 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예수도 부처도 부자를 축복하지 않았다.
사랑의 상징 예수가 과연 조갑제를 용서할 것인가? 나는 다만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