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나를 점쟁이로 만들다
1년 전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념 인터뷰를 보고 진한 감동을 받았고, 그 느낌을 바탕으로 “우리는 노무현을 그리워할 거다”라는 글을 썼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면, 그를 지지했던 사람이든, 그를 욕했던 사람이든 간에 노무현의 빈자리를 그리워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Yoo님에 의해 멋진 플래시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1년 후, 나의 예언 아닌 예언은 그대로 적중해 버리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지 한달 정도 되었는데, 봉하마을을 찾은 사람이 10만명이 넘었단다. 하루에 3000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보러 봉하마을에 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을 까댔던 진보 노까 손호철마저 “노무현이 그립다”며 고백 아닌 고백을 했으니, 내가 1년 전에 한 말은 허언이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
후안무치 언론들의 저주와 핍박이 어느 정도 걷히고,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국민들과 직접 소통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노무현의 진면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하루도 거르지 않는 이메가의 쌩쑈에 벌써부터 신물이 난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찾고, 그리워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인터넷과 블로그계에서의 대통령이 아닌 평범한 시민 노무현의 인기는 하늘은 찌른다. 그를 미워하고 그에게 쌍욕을 퍼부었던 경상도의 나이 지긋한 양반들도 봉하마을로 내려온 그를 보면서 검연쩍어 한다. 미안해 하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은 다 한결같은 것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어느 것이 정의이고 어느 것이 불의인지 평범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사람을 평가할 때, 특히 지도자나 정치인들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보면,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평범한 진리를 바탕으로 나는 노무현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을 어렵지 않게 예견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노무현으로 인해 팔자에도 없는 점쟁이가 되어버렸다.
이왕 점쟁이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얘기해 보자. 작년 6월,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평포럼 연설을 듣고 “웹 2.0 시대의 대통령, 노무현”이란 글을 썼다. 노무현은 웹 2.0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지도자라는 요지로 말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지만, 대통령을 멀리서나마 직접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때 5시간 가까이 연설을 했었고, 사람들은 지겨운 줄도 모르고 경청을 했었다.
노무현은 웹 2.0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지도자이면서, 또 웹 2.0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직접 실현하려 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를 웹 2.0 방식으로 개편하여 좀 더 편리하게 참여와 공유, 그리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든다고 하니, 노무현은 컴퓨터 비밀번호를 몰라 열흘 동안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했다던 이메가 따위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 위대한 지도자다. 도덕성과 더불어 실력까지도. 하여 나는 노무현이 웹 2.0 시대에 걸맞는 지도자라는 사실까지도 미리 알아맞춘 셈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이 변방의 나라에서 노무현과 같은 수준의 지도자가 나온 것은 사실 기적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아닌가. 국회의 수준, 사법부의 수준, 언론의 수준, 그리고 그러한 저렴한 주류층에 놀아나는 민도의 수준을 보았을 때,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은 하늘이 진짜 이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나라를 너무도 사랑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재임기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이룬 업적은 사실 맛보기일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의 진짜 활약은 지금부터일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미국의 지미 카터나 엘 고어보다도 훨씬 훌륭하고 뛰어난 지도자가 될 것이다. 세상이 노무현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고, 지금 빠르게 망가지고 있는 이 나라가 노무현을 다시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계신 봉하마을을 한 번 방문하고 싶은데, 아직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좀 한적한 때를 택해 봉하마을에 가고 싶은데, 앞으로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어쩌지? 그렇다면 좀 더 기다려야겠지.
노무현 대통령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비록 당신은 저를 점쟁이로 만들었지만, 저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 차근차근 계획하신 일들을 이루어 나가십시오. 당신으로 인해 정말 많은 국민들이 행복해할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들에게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