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네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달이 나이고 해가 나이거늘 분명 그대는 나일세
<장일순, 1984년>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달이 나이고 해가 나이거늘 분명 그대는 나일세
<장일순, 1984년>
기괴한 주인공들이 리듬감있게 기이한 이야기들을 엮어나가는 Dr. Suess의 그림책들은 디즈니 류의 이야기들과는 다르다. “그 후로도 주욱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Happily ever after)” 식으로 끝을 맺는 디즈니의 그림책이 주류라고 한다면, 크리스마스를 훔치는 그린치나 초록색 달걀이 나오는 Dr. Suess의 그림책은 확실히 비주류라 할만하다. 낯설고 친숙해질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그의 그림책들은 상당히 컬트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r. Suess의 그림책에 나오는 문장들은 같은 운으로 떨어지는 리듬을 반복하고 있어 영어를 배우는 어린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교재로 쓰이곤 한다.
아거 님의 추천에 따라 주말에 7살 난 딸아이와 함께 “Horton Hears a Who”라는 영화를 보았다. 알려진대로 코끼리 Horton이 작은 먼지 속에 있는 또다른 세상과 소통하면서 그들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영화지만, 그 이야기가 전달하는 메세지는 녹녹하지 않다. 굳이 불교의 가르침을 꺼내지 않더라도, 이 작은 이야기 속에는 우주에 대한 진리와 삶에 대한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나락 한 알 속에도 우주가 있다”라는 장일순 선생의 이야기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이 영화에서 계속 반복되는 Horton의 이야기.
A person’s a person, no matter how small.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화지만,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그런 영화다. 좋은 영화를 소개해주신 아거 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