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림에 대하여
지위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이 영혼을 잃어버리게 했다
허깨비 같은 명예를 위해 나무에게 말 건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나팔꽃이 필 때를 기다려
강둑길 걷던 시간이 사라지고 말았다
필요 이상의 돈을 위해
하늘을 언제 바라보았는지 기억도 없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건
우리들의 윤리라고 배웠다
잘못된 가르침이었다
지금이 아니고선 마주보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있던가
네가 사라지고 나서야
함께 바라본다는 것이
지상 최고의 감사임을 알았다
잃어버리고 살았던 모든 것들이
깊은 산 중 별이 되어 쏟아지고 있었다<도복희, 잃어버림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