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와 일해공원
5.18 광주 민주 항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는 그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광주 민주 항쟁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드라마로 덧칠되어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고, 본질적인 접근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그런 아쉬운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광주 항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 (비록 돈을 벌기 위한 상업 영화라 할 지라도) 가 만들어지기까지 27년의 세월이 걸렸다. 27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80년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장본인은 “호주머니에 29만원 밖에 없다”며 그 뻔뻔스런 얼굴을 쳐들고 있다. 그의 고향 합천에는 그의 호를 딴 “일해공원”이 들어섰다. 전사모라는 인터넷 카페에는 14000 여명의 회원들이 각하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오늘도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80년 광주 민주 항쟁을 “광주 사태”라 부르고 망월동 묘지에서 박장대소하는 사람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화려한 휴가>를 일해공원에서 상영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마스크를 쓴 전사모와 합천 군청의 방해는 우리나라의 천박한 역사 의식과 도덕성의 나락을 보여준다. 참으로 잔인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지 소수의 꼴통 세력이 아니다. 광주를 “폭도”라 불렀던 언론들이 버젓이 일등 신문으로 불리는 곳에서 이들은 단지 소수의 정신 나간 사람들이 아니다. 그 살인마가 세운 정당이 50% 가까이 지지를 받고, 그 당의 대선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상황에서 이들은 단지 소수의 네오나찌들이 아니다. 이들은 친일파와 독재 세력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부도덕한 주류의 전위대인 것이다.
80년 광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의 슬픔과 분노는 여전히 위로받지 못하고 있다. 상처는 덧나고 아픔은 깊어진다. 독재자이자 살인마를 기념하고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광주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그 상처는 여전히 우리의 가슴에 남아 우리를 끊임없이 일깨울 것이다.
<화려한 휴가>를 보며 가장 가슴 미어졌던 것은 영화보다 “80년 광주”가 백만 배쯤 더 슬프고 아팠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 광주의 슬픔과 분노를 감당하기 어렵다. 광주가 어서 위로받을 수 있는 우리 사회가 되길 바란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8할은 광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