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누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정치인 단 한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는 단연 노무현이다. 두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노무현과 유시민이다. 유시민은 노무현이 있는 한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영원한 넘버 투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노무현이 현실 정치에서 물러나 있는 상황에서 유시민은 노무현의 책임과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
노무현이 봉하마을에서 퇴임식을 할 때, 그 비가 오는 중에도 왜 유시민을 단상으로 끌어올렸겠는가. 노무현이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내 정치적 후계자는 유시민”임을 얘기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마치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임무를 인계하듯이 말이다.
그 유시민이 오랜만에 자기 신변에 대한 편지를 보내왔다. 당분간 정치를 접고 빚을 갚아야겠다는 것이다. 나는 유시민의 빚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고, 그가 지금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섭섭하고 안타깝지만 당분간 정치를 접겠다는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런데 그의 편지 말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잘코사니야!’ 하며 고소해 하신 분들이 없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심각해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잘 소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집권세력 내부에서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합니다. 대통령과 장관이 소통하지 못하고 장관과 수석들이 소통하지 못하며 장관과 공무원들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이 중단되는 사태를 보면서도, 해결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정부에서 누구 하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아도 분명히 그렇습니다. 이렇게 가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말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되면 대한민국은 자칫 정치적 정책적 무정부상태에 빠질지 모릅니다. 이는 국민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줄 뿐입니다.
이 부분은 차라리 쓰지 않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이메가가 취임하고 석달이 지나고 나라는 빠른 속도로 망가져 버렸다. 내 예상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이메가의 행보를 보았을 때, 유시민의 걱정은 이미 기우가 되어버렸다.
이메가가 수구 신문들의 지원으로 국민들을 사기쳐서 대통령이 된 것 자체가 이 나라에는 엄청난 불행이었다. 전과 14범을 대통령을 뽑아 놓고 나라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은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그것이 제2의 IMF가 되었든, 광우병이 되었든 간에 말이다. 그러면서 그 안일함과 무관심과 탐욕으로부터 시작된 그 잘못된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불행과 아픔을 뼛 속 깊이 새겨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는 이런 오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제도권 내에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제대로 된 정치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설령 촛불로 이메가를 끌어내렸다 해도 저 간교한 조중동은 박근혜 같은 인물을 이메가의 대타로 들이밀 것이기 때문이다. 죽 쒀서 개주는 꼴 아닌가. 유시민 같은 정치인이 걱정해야 할 것은 저 촛불로 각성된 국민들의 뜻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이다.
손학규, 박상천이 대표로 있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2중대에 불과하다. 물론, 그 당에 몇몇 괜찮은 정치인이 있긴 하지만, 그 틀로는 촛불민심을 담아낼 수가 없다. 민노당은 강기갑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 없다. 이런 상황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담보할 수 있는, 당원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정당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상식과 원칙을 중요시하고,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들이 주인이 되는, 그리고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당. 그 기반은 인터넷과 무선 통신 같은 정보 기술이 바탕이 되는 정당. 이런 정당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나는 유시민이 이런 정당을 만드는데 앞장 섰으면 좋겠다. 그에게 빚 갚는 것이 더 먼저인 지금 상황이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