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보다 차라리 이문열이 낫다
며칠 전 이명박의 해외순방에 황석영이 따라갔다는 기사를 보고 석연치 않았는데, 오늘 그의 속내를 드러낸 보도를 보고 나는 뒷통수를 맞은 듯 멍하니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개”같은 세상이라지만, 천하의 황석영의 입에서 저런 “개”같은 소리를 들어야한다는 사실이 무척 초현실적이었다.
그는 ‘용산참사’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실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70년대 영국 대처정부 당시 시위 군중에 발포해서 30-40명의 광부가 죽었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며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고, 큰 틀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광주사태라고 말했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가 가는 것이라 말했다. 이것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을 써서 광주민주항쟁의 본질을 고발한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내가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광주의 진실을 말해주었던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아직도 그 수많은 영혼들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천하의 황석영이 저런 망언을 일삼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칠십년 가까이 살아온 사람이 하루 아침에 자기의 삶을 송두리째 시궁창에 쳐박을 수 있는지, 아니면 원래 그런 인간이었는데 나같은 놈이 그런 인간을 못알아본 것인지. 도대체 누가 잘못한 것일까? 이명박이 중도라서 큰틀에서 협력하겠다구? 이명박은 중도인데, 한국의 좌파들은 좌파가 아니라구? 이거 정말 미친거 아니야?
내가 제일 혐오하는 인간들이 “변절”을 일삼는 자들이다. 나는 내 주위에서 수많은 변절을 보아왔다. 그리하여 나는 사람들의 이념을 별로 믿지 않는다. 특히, 함부로 강하게 자기 이념의 선명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자들을 경계한다. 내가 이명박보다 더 싫어하는 자들이 바로 김문수나 이재오 같은 부류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극좌들이 하루 아침에 극우로 돌변하는 상황을 심심치않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황석영도 그 변절의 대열에 앞장섰다. 그의 말같지도 않은 합리화를 보려하니 차라리 이문열이 더 순수해 보인다. 어차피 그럴 거였으면 애초부터 이문열처럼 담백한 극우로 살지 왜 그런 “개”고생을 했을까? 이명박 치하에서 완장차고 문화부 장관이라도 한자리 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참으로 대한민국은 “개”같은 나라의 전형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3대 문장으로 조정래, 황석영, 김훈이 일컬어졌는데, 이제 조정래 하나 남았구나. 참으로 슬픈 5월의 푸르른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