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언어
“주적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습니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통쾌한 일격이다. 따라쟁이 안철수 후보도 “지금은 남북대치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다”라고 말했다. 훌륭한 뒷북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승민이나 안철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북한을 주적이라 얘기하는 것은 쉽다. 국방부 장관이나 군의 장성들이 북한군을 주적으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과 전쟁이나 전투가 일어나면 싸워서 이겨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군인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지만, 대통령은 이 나라 백성들의 삶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지도자이다. 따라서 그 책임의 정도가 국방부 장관이나 장성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은 주적임을 알지만 주적이라 말하지 않아야 하고, 때로는 당장 전쟁이라도 해서 저들을 쓸어 버리고 싶지만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다른 나라 전쟁에 파병을 하고 싶지 않지만 파병해야 하는 결정도 직면한다. 그렇게 쉽게 말하고 그렇게 쉽게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5천만 국민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언어는 신중하고 무거워야 한다.
전쟁을 하자고 쉽게 내뱉는 족속들의 전제는 그 전쟁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이유는 남북전쟁 이후 미국 본토에서 한 번도 현대전이 일어나지 않아 전쟁의 참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적이나 전쟁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이다. 물론 통일까지 가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그리고 일본의 아베 등 이런 부류의 사람들 속에서 한반도 평화와 공존, 번영을 이루어낼 실력있는 지도자가 우리에겐 절실하다. 그것은 우리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다.
손자병법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이런 까닭에 백번 싸워 백번 모두 이기는 것은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우리에게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선거가 중요하다.
문재인에게서 그런 지도자를 본다. 문재인은 김대중, 노무현에 이어 대한민국의 사실상 세번째 대통령이 될 것이고,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