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회 런던 올림픽이 화려하고 성대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전 5일째에 접어들었다. 개막식에서 선수와 심판들은 스포츠맨십의 진실된 정신을 지키겠노라고 다음과 같이 선서했다.
In the name of all the competitors I promise that we shall take part in these Olympic Games, respecting and abiding by the rules which govern them, committing ourselves to a sport without doping and without drugs, in the true spirit of sportsmanship, for the glory of sport and the honor of our teams.
모든 참가 선수들의 이름으로, 나는 스포츠맨십의 진실된 정신으로 스포츠의 영광과 우리 팀의 영예를 위해, 경기 규칙을 존경하며 따르고 도핑과 약물 투여를 하지 않으며 경기에 참여할 것을 약속합니다.
In the name of all the judges and officials, I promise that we shall officiate in these Olympic Games with complete impartiality, respecting and abiding by the rules which govern them in the true spirit of sportsmanship.
모든 심판과 위원의 이름으로, 나는 스포츠맨십의 진실된 정신으로 경기 규칙을 존경하며 따르며, 올림픽 경기를 공정하게 판정할 것을 약속합니다.
올림픽이 시작되고, 연일 심판들의 오심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인정하는 것은 심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완전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들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로 인해 오심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실수를 한 심판은 적어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과해야 한다.
런던 올림픽에서 연일 쏟아지고 있는 오심들은 실수라기 보다는 어떤 의도가 개입된 지극히 비상식적인 오심이었다. 따라서 오심이라기 보다 편파판정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선수도 심판도 알지 못한 자유형 400m 박태환의 실격. 박태환이 왜 실격되었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자 슬그머니 실격이 취소되었다. 이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유도를 청기백기 게임으로 전락시킨 심판위원장. 이미 심판들이 전원일치의 판정을 내렸는데 심판위원장이 개입하여 판정을 번복시킨다. 펜싱에서는 끝나지 않은 1초로 승패가 뒤바뀌어 버렸고, 4년 간 피땀을 흘린 선수는 망연자실 눈물을 흘린다.
잘 정리된 규칙이 있고, 고도로 훈련받은 심판들이 있고, 수십 대의 방송카메라가 있고, 경기를 지켜보는 수억의 관중이 있는 상황에서도 어이없고 몰상식한 판정들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은 모든 도덕과 수치심을 억누를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스포츠에서 이 정도이면 사실 정치나 경제 같은 분야에서는 말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올림픽이 점점 상업화되고 정치화되어 간다는 것은 이미 상식처럼 되어 버렸다. 스포츠맨십의 진실된 정신을 위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승리해 보겠다는 게임맨십이 올림픽을 지배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돈과 권력에 대한 인간들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부조리한 욕망이 이 시대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라는 사실, 그것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오쇼가 얘기했듯이, 욕망이 어떤 것도 안겨줄 수 없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세상을 지배하지 않는 한, 스포츠맨십은 올림픽 선서에만 존재하고, 정의는 정치철학자의 베스트셀러에서만 회자될 것이다.
오심에 주눅들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수영의 박태환 선수, 유도의 조준호 선수, 그리고 펜싱의 신아람 선수 이들이야말로 자랑스런 올림픽 챔피언들이다. 그들의 노고를 위로한다.
날은 여전히 뜨겁고 매미는 정신없이 울어대고 있는 한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