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고재열 기자의 “우리에겐 왜 스티브잡스가 없을까”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 기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장을 읽지 못했고, 소비자와 소통을 하지 못했으며, 철학이 부재했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만들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다 맞는 얘기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에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있으면 더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우리에게 스티브 잡스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나라의 지배계층은)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을 원하지도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천재적인 경영감각으로 거의 죽어가는 애플을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스티브 잡스는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대학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 컴퓨터를 만들어 승승장구하다 애플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했다.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들고, 픽사(Pixar)라는 회사를 만들어 3D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다가 다시 애플의 CEO로 영입되어 오늘날 같은 IT 업계의 선구자로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학벌도 없고, 돈도 없고, 집안 배경도 없는 이런 사람이 상상력과 아이디어 하나로 회사를 차렸다 말아먹고 신용불량자가 되지는 않았을까? 스티브 잡스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재능 하나로 과연 한국에서 IT 업계의 선도자가 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도 꽤나 알아주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중국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의 식견을 가진 천재들이 있었다. 그 많은 천재들이 다 어떻게 되었나? 다 죽임을 당하든지 아니면 몇 십년 간 귀양살이 하면서 다 거세되지 않았는가? 조선 세종 때와 정조 때 잠깐을 제외하고 그런 재능있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자기 재능을 꽃피웠던 적이 있었던가? 일제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해방 이후는 또 어땠는가? 과연 능력있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성공한 때가 있었는가?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딱 한 번 예외적인 인물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노무현이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은 기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물어뜯고 죽인 것은 누구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과연 대통령으로 인정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었나?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누구처럼 아버지가 재벌이고 부자라서 아무리 죄를 지어도 죄가 되지 않는 사람이거나, 누구처럼 공부를 잘해 일류 대학 나오고 일류 대학 교수와 총장까지 해먹으면서 731부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누구처럼 거짓말을 너무도 잘해 자기 자신조차 속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 같은 상상력과 재능이 있는 사람은 일찌감치 “듣보잡”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겐 왜 스티브잡스가 없을까?”라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자해 행위다.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일류 기업이 될 수 없고, 일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없으며, 일류 지도자를 키울 수도 없다.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나올 수 없고, 아이폰 같은 제품도 만들어질 수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그래도 무슨 방법이 없나라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 봐선 “없다”. 혹시 조중동이 폐간되거나 한나라당이 없어지거나 뉴라이트가 해체되면 조금 희망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일이 과연 벌어지기야 하겠는가. 조선 후기 이후로 수백 년간 권력과 금력을 잡아온 집단이, 나라를 팔아 권력을 유지한 집단이 아직까지도 저렇게 날을 세우고 있는데, 그런 것이 과연 가능이나 하겠는가? 혹시 모르겠다. 국민들이 정신차리고 선거에 참여해서 제대로된 정치인들을 지도자로 세우면 어떨지.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