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Steve Jobs)
세상을 바꾸려던 천재들은 늘 그렇게 일찍 세상을 등졌다.
오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고, 나는 그가 만든 아이폰으로 그의 부음을 들었다.
명복을 빈다.
세상을 바꾸려던 천재들은 늘 그렇게 일찍 세상을 등졌다.
오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고, 나는 그가 만든 아이폰으로 그의 부음을 들었다.
명복을 빈다.
작년 11월 말, 아이폰이 우리나라에 처음 출시되었을 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고,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폰 사용을 권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아직 아이폰을 쓰고 있지 않다. 나 같은 애플빠가 아직도 아이폰을 쓰지 않는다면 주위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다는 듯이 처다본다.
작년 말에 바쁜 일정 관계로 휴대전화를 교체할 시간이 없었다. 올 2월 초나 되어서나 조금 여유가 생겼는데, 그때는 이미 아이폰 4G가 여름에 출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였다. 아이폰 3Gs를 사용하느냐 아니면 6개월을 기다렸다가 아이폰 4G를 쓰느냐, 그 당시 이런 별 것 아닌 고민을 약 30분 정도 했던 기억이 있다.
결론은 “기다리자”였다. iPod touch를 가지고 있었고,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편도 아닐 뿐더러, 한번 가입을 하면 2년 이상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을 기다리기로 했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씩 아이폰으로 바꿔가기 시작했을 때도 오직 아이폰4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엊그제 잡스 형님께서 새로운 아이폰을 들고 나오셨다. 늘 그렇듯이 잡스 형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어인 일인지 KT에서도 다음달에 아이폰4를 출시한다고 하니 나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은 듯하다.
아이폰 출시 7개월만에 벌써 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아이폰4가 나오면 올해 안에 100만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삼성과 SKT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고 위기가 될 것이다. 한때 IT강국, 인터넷강국이라 불렸던 우리나라가 불과 2~3년만에 삽질공화국이 되었는데, 이 삽질공화국에게도 위기 의식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많은 젊은이들이 더 진보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기술결정론자는 아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처럼 방송국 사장을 마음대로 갈아치울 수도 없고, 하루에 1000만부의 쓰레기 신문을 찍어낼 수도 없지만, 인터넷과 아이폰 같은 도구를 이용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삽질로는 만들 수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잡스 형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의 “우리에겐 왜 스티브잡스가 없을까”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 기사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장을 읽지 못했고, 소비자와 소통을 하지 못했으며, 철학이 부재했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만들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다 맞는 얘기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에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있으면 더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우리에게 스티브 잡스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나라의 지배계층은)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을 원하지도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천재적인 경영감각으로 거의 죽어가는 애플을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스티브 잡스는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대학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 컴퓨터를 만들어 승승장구하다 애플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했다.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들고, 픽사(Pixar)라는 회사를 만들어 3D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다가 다시 애플의 CEO로 영입되어 오늘날 같은 IT 업계의 선구자로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학벌도 없고, 돈도 없고, 집안 배경도 없는 이런 사람이 상상력과 아이디어 하나로 회사를 차렸다 말아먹고 신용불량자가 되지는 않았을까? 스티브 잡스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재능 하나로 과연 한국에서 IT 업계의 선도자가 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도 꽤나 알아주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조선시대만 보더라도 중국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의 식견을 가진 천재들이 있었다. 그 많은 천재들이 다 어떻게 되었나? 다 죽임을 당하든지 아니면 몇 십년 간 귀양살이 하면서 다 거세되지 않았는가? 조선 세종 때와 정조 때 잠깐을 제외하고 그런 재능있는 사람들이 대접받고 자기 재능을 꽃피웠던 적이 있었던가? 일제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해방 이후는 또 어땠는가? 과연 능력있는 사람들이 인정받고 성공한 때가 있었는가?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딱 한 번 예외적인 인물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노무현이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은 기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물어뜯고 죽인 것은 누구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과연 대통령으로 인정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었나?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누구처럼 아버지가 재벌이고 부자라서 아무리 죄를 지어도 죄가 되지 않는 사람이거나, 누구처럼 공부를 잘해 일류 대학 나오고 일류 대학 교수와 총장까지 해먹으면서 731부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누구처럼 거짓말을 너무도 잘해 자기 자신조차 속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 같은 상상력과 재능이 있는 사람은 일찌감치 “듣보잡”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겐 왜 스티브잡스가 없을까?”라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자해 행위다.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 일류 기업이 될 수 없고, 일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없으며, 일류 지도자를 키울 수도 없다.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나올 수 없고, 아이폰 같은 제품도 만들어질 수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그래도 무슨 방법이 없나라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 봐선 “없다”. 혹시 조중동이 폐간되거나 한나라당이 없어지거나 뉴라이트가 해체되면 조금 희망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일이 과연 벌어지기야 하겠는가. 조선 후기 이후로 수백 년간 권력과 금력을 잡아온 집단이, 나라를 팔아 권력을 유지한 집단이 아직까지도 저렇게 날을 세우고 있는데, 그런 것이 과연 가능이나 하겠는가? 혹시 모르겠다. 국민들이 정신차리고 선거에 참여해서 제대로된 정치인들을 지도자로 세우면 어떨지.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나겠는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선보인 맥북 에어(MacBook Air)는 구미가 당기는 물건이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낸 그런 노트북이어서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지름신의 강한 유혹을 느꼈다. 하얀 맥북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무게의 압박감, 견고하지 못하고 때가 잘타는 외관에 조금은 실망했던 터라 맥북 에어의 출현은 내가 가려워했던 곳을 아주 정확히 긁어주는 것이었다.
맥북 에어보다도 더 갖고 싶었던 것은 그것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이었다.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낡은 운동화, 단상 위에 물병 하나. 소탈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날카롭고,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그의 외모와 목소리. 스티브 잡스의 맥월드 2008 프리젠테이션은 거의 완벽한 쑈였다. 1시간 30분간 계속된 그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최고 경영자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자금이나 만들고,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또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그런 경영자가 아닌, 진정 기술 혁신(innovation)을 알고, 그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그런 회사와 경영자, 직접 자기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시현해 보이면서 “Isn’t it cool?”을 연발할 수 있는 경영자, 그런 것이 부러웠다. 그의 자신감과 실력과 아이디어와 노력이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생겨날 수 있을까? 지금으로 봐서는 극히 부정적이다. 과학과 기술을 천시하고, 이공계를 기피하며, 도전 정신이 사라진 나라에서 스티브 잡스는 나올 수 없다. 프로그래머가 천대받고, 3D 업종으로 전락한 나라에서 스티브 잡스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은 의사가 되어 (그것도 성형외과) 사람들 점이나 빼고 있고, 또는 검사가 되어 권력의 개 노릇을 하려 하는 나라에서 무슨 스티브 잡스가 나오겠는가.
인터넷으로 중계된 그의 발표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난생 처음으로 미국의 강대함을 깨달았다. ‘부시가 아무리 깽판을 쳐도 미국이 쉽게 망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우리에게는 어떤 희망이 있는가?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맥북 에어를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런 자괴감과 열등감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나저나 맥북 에어 살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