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2명의 군인과 2명의 민간인이 죽고, 대부분의 연평도 주민들은 인천으로 피난을 나왔다. 북한은 625 전쟁 이후 60년만에 처음으로 남한의 영토를 공격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손자병법에 보면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북한과 남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 우리는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를 알 수 없으며 이런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표방한 봉건주의 국가이다. 겉으로는 사회주의와 인민민주주의를 부르짖고 있지만, 본질은 김일성-김정일 그리고 그의 아들로 이어지는 봉건왕조인 것이다. 냉전이 끝난 후에도 북한은 지구 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남아 있다. 그들의 사상과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본질적으로는 북한 지배층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 더 합당한 이유일 것이다.
북한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인데, 북한은 이런 초강대국과 맞서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일 것이다. 미국은 지난 세기 지구 상에서 벌어진 거의 모든 전쟁에 개입한 나라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국가나 권력을 막강한 군사력으로 끊임없이 짓밟은 나라이다.
그런 미국과 맞서기 위해 북한은 수십년 전부터 핵무기를 개발해 왔으며, 이제는 비공식적인 핵보유국이 되었다. 초강대국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핵을 보유하고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너무나 잘알고 있기에 북한과 미국이 수교를 하고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기 전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60년간 남한에게 있어서 북한은 언제나 위협적 존재였다. 인민들이 굶어죽어 나가도 핵과 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나라가 북한이기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이지만, 북한은 가장 위험한 적대국이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된 뒤, 남한에서는 5년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그 정권의 속성에 따라 남북관계는 냉온탕을 왔다갔다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기간은 비록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으로 남북관계가 관리되었던 때였다. 두 번의 정상회담이 있었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시작되었다. 일부 극우세력들은 퍼주기라고 비난을 해댔지만, 그때는 그 누구도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전쟁이 다시 일어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극우세력을 등에 업은 이명박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기존의 정상회담 합의들을 간단하게 무시하였다. 금강산 관광도 중단되고 개성공단 사업도 거의 있으나마나한 일이 되어버렸다.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고, 출구가 없는 북한은 더욱 중국에 붙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이명박 정권이 천안함 사태의 주범으로 북한을 몰아붙이자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일주일 전의 연평도 포격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것이다. 더군다나 연평도 앞바다에서의 해상 훈련은 북한을 자극했고, 북한은 전통문을 통해 훈련이 계속되면 포격을 할 것이란 경고를 보냈다. 물론 그 경고는 무시되었고 남한은 3000발이나 되는 포탄을 연평도 앞바다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연평도에 난리가 났다. 북한이 남한 영토에 대해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포격을 한 것이다.
북한의 공격은 역설적이게도 이명박 정권을 살려준 꼴이 되었는데, 이 포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대포폰으로 민간인을 사찰한 사건과 김윤옥의 뇌물 수수 의혹 등으로 청와대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이런 일련의 스캔들을 일거에 날려 버렸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 이후였다. 이명박 정권에는 북한의 공격을 적절히 대응할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총리, 집권당 대표, 국정원장, 대부분의 장관들은 모두 병역을 필하지 않은 자들이었고,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 또한 북한을 다룰만한 역량이 있는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포격이 나면 지하 벙커에 기어 들어가서 사건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정도인 것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 극우 쓰레기 언론들을 전쟁을 부추기기에 바빴다. 물론, 그 쓰레기 신문들의 사주들도 대부분 병역면제자들이었다.
북한에게 포격당했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전쟁불사를 외치는 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은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든지 아니면 “전쟁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무책임하게 전쟁을 운운할 수 있는 것이다. 4명이 죽은 국지적 포격에도 나라가 발칵 뒤집혔는데, 전면전이 일어나면 하루에 230만명 이상씩 죽어나가는 참상이 눈앞에 전개된다. 열흘이면 우리 국민 절반 죽는다는 얘기인데, 그런 사실을 알고도 전쟁을 하자는 자들은 전쟁이 나면 전용기를 타고 도망갈 수 있는 자들이거나 아니면 제 정신이 아닌 자들인 것이다.
전쟁 그것은 한미디로 지옥이다. 극악한 살인이고 인간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폭력이다. 이 땅에서 두번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한반도에 단 하나의 당위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핵무기가 있는 북한을 제압할 수 없다.
남한의 치명적인 약점은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들이 지극히 부도덕하고 게다가 너무나 무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포탄과 보온병도 구별할 수는 없지만, 무척이나 간교하여 병역의 의무는 어떤 식으로도 빠져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들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삽질과 거짓말뿐인데, 이런 것으로는 그 어떤 전쟁도, 그 어떤 외교도 이길 수 없다. 백성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자들이 다시는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과연 그 탐욕과 어리석음에 빠져 있던 백성들이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이런 까닭에 백번 싸워 백번 모두 이기는 것은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도 적을 굴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리더이다. 우리에게 그런 리더를 맞을 수 있는 천운이 다시 한 번 올 수 있을까라는 것도 의문이고, 설령 온다 하더라도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한반도의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며, 그저 앞으로 2년 동안 별일 없이 살기를 기도할 뿐이다.
연평도 포격으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빈다. 다음 세상에서는 평화가 강물처럼 넘치는 나라에서 태어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