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경지
달라이 라마의 용서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분들이 주시는 말씀은 한결같다. 성철 스님의 법문 중 다음과 같은 말씀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천하에 가장 용맹스러운 사람은 남에게 질 줄 아는 사람이다. 무슨 일에든지 남에게 지고 밟히는 사람보다 더 높은 사람은 없다. 나를 칭찬하고 숭배하고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수행을 방해하는 마구니이며 도적이다. 중상과 모략 등 온갖 수단으로 나를 괴롭히고 헐뜯고 욕하고 괄시하는 사람보다 더 큰 은인은 없으니, 그 은혜를 갚으려 해도 다 갚기 어렵거늘 하물며 원한을 품는단 말인가? 칭찬과 숭배는 나를 타락의 구렁으로 떨어뜨리니 어찌 무서워하지 않으며, 천대와 모욕처럼 나를 굳세게 하고 채찍질하는 것이 없으니 어찌 은혜가 아니랴? 항상 남이 나를 해치고 욕할수록 그 은혜를 깊이 깨닫고, 나는 그 사람을 더욱더 존경하며 도와야 한다. 이것이 공부인의 진실한 방편이다.
[원택, 성철스님 시봉이야기, 김영사]
이런 말씀을 접할 때마다 궁금해지는 것은 우리가 베풀 수 있는 용서의 한계다. 무조건적인 용서를 말씀하신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상식선에서 생각하고 있는 회개와 반성이 전제된 용서인지 그런 것들을 여쭤보고 싶다. 성철 스님이 1982년 부처님 오신날 주신 법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세상은 본래 구원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범인들은 알지 못하고 알려 하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