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를 위한 변명
여성부의 성매매 방지 연말 캠페인 때문에 말들이 많다. 회식 후에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회식비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이 좀 웃기기는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캠페인이 나라 망신을 시켰다며 여성부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영국 BBC 나 CNN 에 방송이 되었다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이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기사다.
성지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산업경영학부 조교수는 4일 ‘맞벌이 부부의 시간 사용’이라는 보고서에서, 맞벌이 부부 중 부인의 가사노동 시간이 주당 21.4시간으로 남편의 4.6시간에 견주어 다섯배 정도 많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 7차 연도(2004년) 자료를 이용한 것으로, 맞벌이 부부 859쌍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를 보면 자녀가 있는 경우에 남성의 가사노동이 주당 5.1시간으로 조금 늘어났으며, 자녀가 2살 미만일 때 8.4시간으로 가장 많았다. 2~5살은 7.3시간, 6~11살 4.5시간, 12~18살은 3.9시간으로 나타났다. 여성도 자녀가 있을 때 23.2시간으로 가사노동이 증가했고 2살 미만일 경우 28.8시간, 2~5살 24.6시간, 6~11살 23.7시간, 12~18살 22.1시간이었다. 또한 남성의 고용 상태별로 가사노동 시간을 분석한 결과, 임금노동자일 때 5.3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고용주와 자영업은 각각 3.5시간인 것으로 집계됐다.
[맞벌이 주부 집안일 주21시간…남편의 5배, 한겨레신문]
맞벌이를 하는 우리나라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평균 5배 정도 더 가사노동을 한다는 얘기다. 사실 직장에서도 여자들이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남편과 아이들 치닥거리에 쉴 틈이 없다.
이런 불평등이 계속되는 한, 여성부는 그 상징성 자체로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 집안 일은 여자들 몫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어머니, 아내, 딸들이 안쓰럽지도 않은가.
그렇다고 여성부의 웃기는 캠페인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여성부 책임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회식 후의 성매매를 걱정할 일이 아니라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회식 문화가 담백하지 않다. 이런 문화를 좀 더 가족적이고 담백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내가 여성부의 정책 입안자였다면, 직장의 연말 회식을 가족 중심의 모임으로 유도했을 것이다. 부부동반이나 더 넓게는 아이들까지 같이 즐길 수 있는 회식과 모임에 비용을 도와주는 이벤트. 이런 방법이 훨씬 세련되고 효과적이지 않을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시라.
여성부가 단지 성매매 방지만을 위해 일하는 곳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 여성부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