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남편들이 아내가 힘들 때 하는 말.
“내가 더 많이 도와줄게.”
남편들의 선의는 알겠는데, 이 말의 속뜻을 알게 되면 남편은 역시 남의 편이라는 사실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일을 도와준다는 것은 “그 일이 본래 당신 일이지만 마음씨 착한 내가 당신이 힘들지 않도록 협조하겠다”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일은 바로 그 일은 본래 당신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아내의 집안 일을 돕는 남편은 언제나 착하고 좋은 남자들이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대개의 남편들은 집안 일을 돕는다고 얘기하지, 그 집안 일이 자기 일이라고 하지 않는다. 아내가 전업주부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도 남편들은 집안 일을 돕는다고 얘기한다.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이제 곧 설 명절이다. 명절증후군을 앓는 이 땅의 모든 아내와 며느리들을 치유하려면 남편들은 집안 일을 도와줄 것이 아니라 그 일이 바로 자신의 일임을, 자기가 해야할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생활은 바로 남편들의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번 설에는 진실로 철든 남편들이 되시길 그리하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