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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의 역설

고승덕의 역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고승덕은 아주 훌륭한 딸을 두었다. 고승덕의 딸 고희경은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 고승덕이 왜 교육감 후보로 적합하지 않은지를 논리정연하게 밝혔다.

고승덕의 인물됨이야 이미 오래 전에 알았던 것이고, 고승덕의 개인 가정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딸의 공개적 낙선 운동으로 그가 집밖에서뿐만 아니라, 집안에서조차 존경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전처와 이혼하고 난 후,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남매를 방치하고 돌보지 않았음을 물론이고, 어떠한 경제적, 교육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부부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이혼할 수 있다. 하지만 피를 나눈 자식은 나눌래야 나눌 수 없는 천륜의 정이 있다. 이혼한 부부라도 자식을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고승덕은 이혼 후에 자식들과의 왕래는 고사하고, 전화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람이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고, 막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되었다.

고승덕의 딸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남들이 보기에 또는 본인이 느끼기에)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버지 고승덕의 관심과 사랑과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어른이 되었고, 서울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을 위해 자기 아버지의 본질을 까발렸다.

만약 고승덕의 딸이 고승덕과 같이 살았다면, 정몽준의 아들처럼 대한민국 국민들을 미개하게 여기고 고승덕처럼 겉과 속인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에게 더 좋았을 인생인지 속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고승덕의 딸은 훌륭한 시민이 되었다는 것이고, 고승덕은 교육감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승덕은 자기 딸의 교육에 무관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딸을 훌륭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고승덕이 서울시 교육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서울시 교육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지 모른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승덕은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고, 그 책임과 결과는 모두 서울시민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고희경의 용기에 감사하며, 그가 행복하길 바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잔인한 이유

오세훈 서울시장이 잔인한 이유

서울시에 의해 불성실, 무능 공무원으로 찍힌 “현장시정추진단” 78명의 첫날 활동이 한겨레에 의해 보도되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첫날 임무는 한강변에서 잡초를 뽑는 것. 서울시의 3% 무능력 공무원 퇴출이라는 이번 조치에서 서울시와 서울시장 오세훈이 얼마나 무능력하고 잔인한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차라리 자를 거면 깨끗하게 잘라내는 편이 오히려 나을 거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을 도대체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 생각인가. 한강변에서 꼭 잡초 뽑는 일을 시키면서 신문에 이런 사진이 올라가길 바랬단 말인가. 사람만 패지 않았다 뿐이지 이것은 전두환의 삼청교육대식 발상이다. 조폭을 뿌리 뽑는다는 구실로 죄없는 사람들을 삼청교육대로 끌고 간 그 전두환 말이다.

경영학에 Peter Principle 이란 것이 있다. “A man rises until he reaches his level of incompetence.” 조직에서 사람은 그의 무능이 드러날 때까지 위로 승진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신입사원들 중 무능력한 사람이 10% 밖에 되지 않고 그 조직의 인사시스템이 나름대로 잘 되어있어 능력있는 사람을 세 배 정도 많이 승진시킨다 하더라도 거의 최고 경영진에 이르러서는 능력있는 사람과 무능력한 사람이 거의 반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번 현장시정추진단에 속한 대부분의 공무원은 하위직이라 한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무능한 사람들이 많을 것인데 시울시는 하위직 공무원만을 솎아내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 솎는 기준이라는 것도 애매하고 일률적인 비율로 부서장에게 무능력한 공무원을 지목하라는 것도 폭력적이다. 오죽했으면 어떤 부서장은 제비뽑기를 하다가 직위해제 됐을까. 공무원의 무사안일을 타파하는데 과연 이 방법밖에 없었을까.

이런 일을 추진하려면 공정한 평가 수단을 먼저 만들고 그것을 조직원들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하며, 시간을 갖고 그 평가 기준에 맞게 평가를 한 후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정 비율의 사람을 잘라낸다 하더라도 그 규칙이 조직원들에게 암묵적으로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Adobe 같은 회사는 매년 10%의 인력을 잘라낸다. 하지만 입사할 때부터 이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반발은 없다.

현장시정추진단이 하는 일도 참 웃기다. 한강변에서 잡초를 뽑게 한다? 한강변에 잡초아닌 것이 어디 있나? 전혀 생산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은 일을 무능한 공무원으로 찍힌 사람들에게 서울시는 강요하고 있다. 정말 서울시의 상상력은 이것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자기들이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일처리는 이런 일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능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장 오세훈은 정수기 광고 건으로 시장 출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선관위와 언론의 봐주기로 어물어물 넘어가기는 했지만 분명 선거법상 지난 번 선거에 나올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마 강금실이 서울시장이 되었다면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끔하게 생긴 오세훈에게서 전두환의 냄새를 맡는 건 정말 고역이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지 마라. 그 업은 고스란히 당신들에게 되돌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