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이 원하는 것 두 가지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연속극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주인공 김주원이 유행시킨 말 중 하나가 “사회지도층”이다. 그가 속해 있다는 사회지도층이 이 사회에서 뭘 지도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다른 사회지도층과는 다르게 아주 정직하게 사회지도층이 뭘 원하는지 밝힌다.
“사회, 경제 체제에서 노동 조직에서의 부의 분배방식과 수량의 다툼에 따라 생기는 인간집단이 뭔지 알아? 바로 계급이야. 그들이 1년에 1억씩 쓰면서 원하는 건 딱 두 가지야. 불평등과 차별. 군림하고 지배할 수 없다면 철저히 차별받기를 원한다고. 그게 그들의 순리고 상식이야.”
사회지도층을 다른 말로 하면 지배계급이다. 이 사회의 지배계급이 원하는 것은 김주원의 말대로 불평등과 차별이다. 예를 들어, 의무급식(또는 무상급식이라고 하는데, 의무급식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에 대한 논란을 보면 이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명박이나 오세훈 등으로 대표되는 이 땅의 지배계급들은 의무급식에 대해 결사반대한다. 그 이유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의무급식을 하게 되면 모든 학생들이 같은 품질의 점심을 먹게 되는데, 이런 보편적 식사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의무급식에 당연히 국가재정이 들어가게 되고, 그것은 지배계급의 조세부담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복지의 보편성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복지란 사회지도층이 소외된 이웃들에게 하사하거나 시혜하는 선물이어야 하는데, 감히 사회지도층이 소외된 이웃들과 같은 품질의 점심을 먹다니 이것은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상황이다. 의무급식은 그들이 원하는 불평등과 차별을 허무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이것이 성공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지도층과 소외된 이웃들과의 간극이 좁혀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차별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땅의 지배계급들은 불평등과 차별을 통해 그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이 사회에서 군림하려 하지만, 그들은 이 사회의 다른 계급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자들이다. 때문에 이 땅의 지배계급은 일종의 자폐집단이라 정의될 수 있다.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 만큼 불쌍한 것이 있을까.
불쌍하고 가련한 자폐집단, 사회지도층은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사회지도층도 아니면서 그들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추종하는 소외된 이웃들이다. 이명박 같은 사회지도층이 소외된 이웃들을 요리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것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들은 세상을 보는 눈을 갖지 못한 불쌍한 자들이다.
다른 계급의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자폐집단인 사회지도층과 자기 계급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을 상실한 소외된 이웃들. 2011년 대한민국은 불쌍한 두 집단이 만들어낸 서럽고도 아름다운 매트릭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