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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사랑

비올 때 듣고 싶은 노래

비올 때 듣고 싶은 노래

간밤에 빗소리가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으나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창문을 닫고 말았다. 빗소리는 나를 어머니의 자궁으로 데려간다. 아늑하고 아련하게. Rare Bird의 Sympathy는 이럴 때 듣고 싶은 노래다.

Now when you climb, into your bed tonight.
And when you lock and bolt the door.
Just think of those, out in the cold and dark,
’cause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my frien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my friend,
’cause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no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Now half the world, hates the other half.
And half the world, has all the food.
And half the world, lies down and cries: “We starve”,
’cause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my frien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And sympathy is what we need my friend,
’cause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no there’s not enough love to go ’round.

<Rare Bird, Sympathy>

우리 주위에 사랑은 정말 충분하지 않은 것인가. 비와 참 잘 어울리는 음악이지만 가사는 뼈아프다. 이 비를 맞으며 어딘가 배고픔에 웅크리고 있을 이웃이 있다. 정말 우리에게는 그들에게 나눌어 줄 사랑이 충분하지 않은 것일까.

사랑에 대해 알고 싶으면

사랑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랑이다.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신약 성경 고린도전서를 펼쳐보면 사도 바울이 사랑에 대해 적어 놓은 구절이 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히 행동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쉽게 성내지 않습니다. 사랑은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소망하며, 모든 것을 견뎌 냅니다. [고린도전서 13:4-7]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구절을 읽으면 된다. 그리고 행하면 된다. 이 구절만큼 명확하게 사랑을 정의한 것을 보지 못했다. 진리는 수천년 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명백히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너무도 단순하지만, 이 단순한 진리를 행하기는 쉽지 않다.
아버지의 그늘

아버지의 그늘

어릴 적 나는 아버지가 무서웠다. 아버지는 젊었고, 사소한 잘못도 용서하지 않았다. 야단을 맞을 때 아버지가 미웠고, 아버지가 집에 안 들어왔으면 할 때도 있었다. 어린 나에게 아버지는 두려움이었고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다. “내가 커서 아버지처럼 되지는 않으리라.” 아버지는 나에게 반면교사였다.

지금 나는 그때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거울을 보면서 문득 나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놀란다. 아이를 야단 치면서 내가 어릴 적 싫어하던 아버지처럼 나도 소리지른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아버지는 이미 내 안에 들어있다.

철이 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아버지는 더 이상 야단을 치지 않으셨다. 물론 내가 어릴 때처럼 야단 맞을 짓을 하지도 않았지만 그것은 아버지가 점점 늙어간다는 또다른 증거였다.

아버지가 되어보니 알겠다. 아버지만큼 아버지 노릇 하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어릴 때에는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고 작심한 내가 지금은 제발 아버지만큼만 되어도 소원이 없겠다로 변했다.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사랑하고 계신지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버지보다는 친절한 아버지가 되었지만, 내 아이를 얼마나 잘 키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아버지가 내게 해 주신 것만큼 나도 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을까? 제발, 제발, 그렇게만 되어도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툭하면 아버지는 오밤중에
취해서 널브러진 색시를 업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술국을 끓이고
할머니는 집안이 망했다고 종주먹질을 해댔지만,
며칠이고 집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값싼 향수내가 나는 싫었다
아버지는 종종 장바닥에서
품삯을 못 받은 광부들한테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그들과 어울려 핫바지춤을 추기도 했다
빚 받으러 와 사랑방에 죽치고 앉아 내게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화약장수도 있었다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
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나는 빚을 질 일을 하지 않았다,
취한 색시를 업고 다니지 않았고,
노름으로 밤을 지새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이 오히려 장했고
나는 기고만장했다, 그리고 이제 나도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진 나이를 넘었지만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일생을 아들의 반면교사로 산 아버지를
가엾다고 생각한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당당하고 떳떳했는데 문득
거울을 보다가 놀란다, 나는 간 곳이 없고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만이 있어서
취한 색시를 안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호기 있게 광산에서 돈을 뿌리던 아버지 대신,
그 거울 속에는 인사동에서도 종로에서도
제대로 기 한번 못 펴고 큰소리 한번 못 치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만이 있다

<신경림, 아버지의 그늘>

당신의 은혜를 갚는다는 부질없는 약속은 하지 않으렵니다. 그냥 아버지처럼 저도 제 자식을 사랑하렵니다. 그것이 아버지가 더 바라는 일일테니까요.

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다

새벽에 잠이 깨서 시집 한 권을 읽었다. 류시화가 엮어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름 모를 이들의 삶이 뚝뚝 묻어나오는 잠언에 나는 파묻혔다. 그들이 깨달은 진리와 지혜가 깨끗하지 못한 내 영혼을 씻어 주었다. 10여년 전에도 읽어 보았던 구절들이었지만, 읽을 때마다 다가오는 감동은 다르다. 삶에 대한 천착의 깊이가 달라졌기 때문일까.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선 안 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A bell’s not a bell ’til you ring it,
A song’s not a song ’til you sing it,
Love in your heart wasn’t put there to stay,
Love isn’t love ’til you give it away!

[Oscar Hammerstein II,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한 번 더 얘기해 주자.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더 안아 주자. 지금 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있는 이 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오늘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 더 해 주어야겠다.

<덧글> 류시화의 번역 중에 세째 구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식이면 어떨까?

당신 마음 속의 사랑도 거기 그냥 놓아둬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