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훌륭한 인물들이 많다.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 왜군의 침략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 일제 시대 독립 운동에 목숨을 바쳤던 김구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열사들.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세계 최고의 문자를 만들고 백성들을 긍휼히 여겼던 세종대왕을 존경하고, 열두척의 배로 백척간두에 서 있던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며,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누가 나에게 “그들을 사랑하냐”고 물으면 쉽게 답을 할 수 없다. 그들이 위대하고 훌륭하고 존경받을만한 삶을 살았음을 역사가 증언하고 있지만, 그들과 같은 하늘 아래서 호흡하며 동시대를 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나에게 “위대한 관념”으로 남을 뿐이다.
그렇다면 누가 나에게 존경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대답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이 물론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처럼 역사상의 위인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나에게 있어서 “정의”이고, “감동”이고, “행복”이며, 그리고 “미안함”이자 “안쓰러움”으로 남는다. 나는 그와 함께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을 처음으로 경험했으며, 그 길이 얼마나 고단하고 험난한 길인가를 알게 되었다. 그는 나에게 위대한 “관념”이 아니고, 평범하면서도 자랑스러운 “실재”가 되었다. 하여 나는 노무현을 사랑한다. 그것은 마치 천하일색이라는 양귀비보다도 내 아내가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과 같다.
해방 이후 아직도 친일과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이런 정치 풍토에서 노무현과 같은 정치인이 생존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다. 아무 것도 내세울 것 없는, 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력이 있었던 것도 아닌, 그 흔한 대학 졸업장 한 장 없는 비주류 정치인이 “감동”이 되고, “희망”이 되어 마침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가 없는 것이다. 쓰레기 더미에서도 장미꽃은 피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는 기득권 세력들의 그 숱한 방해와 멸시와 탄압을 견디면서 꿋꿋히 일을 했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을 한 최초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보통 사람이지만,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기득권 세력들이 아무리 그를 폄훼하려 하여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단심이 있고, 용기있는 정치인이었지만, 지금 그는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가 되었다. 그는 정치 철학에서부터 외교, 통일, 경제 그리고 거의 모든 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달인이 되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지도자가 되었다. 지금 미국에서 인기있다는 오바마도 노무현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일주일 남았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정치인이 역사의 뒤안길로 내려서고 있다. 아쉽다. 안타깝다. 우리는 노무현을 이렇게 놔줄 수가 없는데, 이렇게 보낼 수 없는데, 그는 이제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쉬려 하고 있다.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개인적 바람으로 그가 정치 일선에 계속 남아주었으면 하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을 위해 일을 했고, 국민을 위해 봉사했던 단 한명의 정치인이 이렇게 퇴장해야 한다는 사실이 속상하다.
지난 5년간 그가 당한 수모와 멸시를 생각한다면, 나는 그에게 무언가를 더 요구할 자격이 없다. 그의 지지자를 자처하면서도 그에게 별달리 도움을 줄 수 없었던 내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사람들은 새로 대통령에 취임할 이명박보다도 떠나가는 노무현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를 그렇게 욕하던 사람들도 이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것이다. 숭례문이 참 귀중한 문화재였다는 사실을 숭례문을 잃고 난 다음 깨닫는 것처럼, 노무현이 참으로 훌륭하고 위대한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조만간 깨닫게 될 것이다.
노무현은 내가 사랑한 최초의 대통령이자 최후의 대통령이다. 물론, 노무현보다 더 훌륭한 정치인이 나온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의 복이 될것이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인 중 노무현을 대신할만한 사람은 없다. 때문에
우리는 노무현을 정말 많이 그리워 할 것이다. 그리고 참 많이 미안해 할 것 같다. 같은 하늘 아래 노무현과 같은 꿈을 꾸면서, 같이 숨을 쉬면서, 한마디로 “노무현의 시대”를 살았던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대한민국은 이제 위대한 정치인을 보내고,
박정희 이후 최대의 난적을 만났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 것이다. 나라의 앞날이 암울하다. 그러기에 그가 떠난 자리가 더욱 커보이고, 더 쓸쓸해 보일 것이다. 다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맞을 수 있다면, 아니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를 지도자로 가질수 있다면. 신이 과연 이 나라에 다시 기회를 줄 것인가. 나라가 몰락한다면 사람들은 노무현을 다시 찾을지도 모르겠다. 그를 만나러 봉하를 한 번 다녀와야겠다.
노무현 대통령님, 정말 5년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당신의 노고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이 부족한 지지자는 알지 못합니다. 2MB와 기득권층에 의해 당신이 이룬 업적이 하나 둘씩 무너져 갈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한 지난 5년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당신이 우리 곁에 되돌아 오길 바라지만, 염치가 없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견뎌야했던 지난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저는 당신에게 애원하고 싶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 나라의 지도자여서, 대통령이어서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그리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 편히 쉬십시오. 그리고 조금이라도 힘이 생기신다면 우리 앞에 다시 돌아와 주십시오. 우리는, 아니 대한민국은 여전히 당신을 필요로 합니다.
감사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