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욕먹는 이유
던킨 도너츠 사건, 박지윤 아나운서 사진 노출 사건 등 일련의 사태로 네이버의 일관성 없는 검열 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일개 기업에게 영혼을 가지라고 요구할 만큼 우리 사회가 도덕적, 상식적으로 탄탄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블로거들이 네이버를 욕하고 그에 저항하는 것은 네이버의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러한 욕과 저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극복하려 한다면 네이버에게는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버의 가장 큰 문제라 여겨지는 것은 인터넷 정신을 역행하는 폐쇄성일 것이다. 우리나라 검색 시장의 70% 이상을 독점하는 이 업체는 인터넷 안에 울타리를 쳐놓고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 있다. 엠파스와의 열린 검색 논쟁도 그렇거니와 구글의 검색 로봇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 등은 1등 검색 업체가 취할 행위라고 보기에는 너무 방어적이다. 인터넷의 정신은 우리가 알다시피 개방과 공유와 참여다. 웹 2.0의 성공적 사례라 일컬어지는 사이트들은 거의 모두 이 세 가지 인터넷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아무도 네이버를 웹 2.0의 대표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은 이 폐쇄성에 근거하여 1등을 먹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네이버의 또 다른 문제는 자기가 여론 생성의 선수이면서, 그것도 가장 막강한 선수이면서 마치 아닌 것처럼 뒤로 물러나는 비겁함에 있다. 사실 요즘은 조중동 편집국보다도 네이버는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보기 때문에 네이버의 최종 편집권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여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네이버 뉴스는 대체로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의 수구성을 지향하며 경제적으로 2% 정도 되는 종부세 납부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편집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 주류라 할 수 있는 가진자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네이버는 이러한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테지만 그들이 행하고 있는 주요 기사 편집, 베스트 댓글이나 추천수 조작 등의 행위를 볼 때 아니라고 부인하기에는 너무 많은 증거들을 남기고 있다. 네이버 뉴스 편집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전직 조중동 기자 출신들이라는 사실도 이러한 행위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가 된다.
이런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거대 포탈이 마치 공평한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것도 비위 상하는 일이다. 아나운서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두 여자의 사진 노출에 대해 네이버는 극명하게 다른 잣대로 반응했다. 네이버는 아니라고 하지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다. 재벌가 며느리는 보호를 받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여자 아나운서의 사생활은 선정적으로 드러나게끔 되어있는 것이다. 검색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칙이 통용되는 것 아닌가.
블로거들이 네이버를 욕하는 이유는 단지 이 문제에 대한 이중잣대에 기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 네이버가 그동안 보여온 폐쇄성, 수구성, 그리고 비겁함 등이 이 문제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뿐이다. 네이버가 처음 생길 때 보인 그 풋풋하고 정열적인 모습이 사라진 건 이미 오래다.
네이버가 구글을 능가하는 그런 진취적인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술로써 승부하고 정정당당한 젊은 기업의 모습을 바라는 것이 무리인가? 지금의 네이버는 너무 빨리 늙어 버린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참으로 곤욕이 아닐 수 없다.
네이버가 초심을 찾았으면 좋겠다. 처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