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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난다, 2017, p. 19>

말 많은 사내

말 많은 사내

늘 그렇듯이, 그는 말이 몹시 많았다. 그의 말은 삼행시로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최근 벌어진 일들이 너무 억울하고 어이가 없다고 했다. 하긴, 그런 일들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누군가 그런 일로 힘들어지게 되면 자기를 찾아오라고 했다.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농담이었지만, 별로 웃기지 않았다. 그의 말 속에 그의 욕망이 담겨 있었다. 대부분의 청중들은 그걸 눈치챘다. 그의 말은 빨라졌고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말은 의미를 잃고 말을 위한 말이 되고 말았다. 그의 말은 그치지 않았고, 사람들은 점점 지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