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가가 노리는 잿빛 세상
“이메가와 그의 아이들” 벌이는 초현실 코메디 쑈의 결정판을 보면서 “모모”라는 소설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거의 눈치를 채지 못해. 허나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 마디로 몹시 지루한 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 하루하루, 한 주일 한 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는 게지. 그러면 그 사람은 차츰 기분이 언짢아지고, 가슴 속이 텅 빈 것 같고, 스스로와 이 세상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된단다. 그 다음에는 그런 감정마저 서서히 사라져 결국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지. 무관심해지고, 잿빛이 되는 게야. 온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아지는 게지. 이제 그 사람은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어.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회복할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단다. 그래,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그 병의 이름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란다.
<미하일 엔데, 모모, p.328>
세상 모든 것이 잿빛이 될 때까지 이메가의 쑈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슬퍼할 것은 슬퍼하고 후회할 것은 후회하고, 분노할 것은 분노해야 하지 않겠는가. 견딜수 없다면 싸워야하고, 싸워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무관심은 이메가의 호구로 가는 지름길이다.
The fact that you prevented it from happening doesn’t change the fact that it was going to happen.
<Steven Spielberg, Minority Report, 2002>
이메가의 쑈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