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네이버 뉴스의 헤드라인이 [대선 D-며칠] 이라는 카운트다운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며칠동안 [대선 D-40] [대선 D-39] [대선 D-38] 등등을 보면서 왜 네이버가 이런 짓을 할까 의문을 갖게 되었다. 뉴스 홈페이지의 헤드라인은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기사를 배치해야 할 가장 전략적인 위치인데, 왜 네이버가 가장 중요한 헤드라인을 그냥 버리는 것일까? 그것도 하루도 아니고 계속. 아마 지금 추세로 봐서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런 헤드라인으로 갈 것 같다.
네이버가 비상식적인 헤드라인 편집을 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 전체 네티즌의 60% 이상이 네이버를 시작화면으로 하고 있는 이런 독점적인 구조에서 네이버 뉴스가 언론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이미 조중동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이런 거대 언론 중계 포탈이 비상식적 헤드라인 편집이 계속되는 상황,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네이버는 객관을 빙자해서 현재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을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를 보면 우선 삼성 비자금 사건이 있고, 이명박의 BBK 의혹, 자녀 위장취업 의혹 등 수많은 의혹들, 그리고 이회창의 귀환 등이 있다. 정상적인 뉴스 사이트라면 이런 사안들이 헤드라인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어느 이슈든지 삼성과 한나라당 등 우리나라 기득권에 줄을 선 네이버 입장에서 선뜻 헤드라인으로 올리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생각해 보라. 전체 60% 이상의 네티즌들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보고 있는데, 헤드라인에 삼성 비자금 사건이나 이명박 비리 의혹이 올라가는 것과 안 올라가는 것은 여론 형성에 정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주요 사건들을 놔두고 다른 엉뚱한 사건들을 메인으로 올릴 수도 없기 때문에 네이버는 객관을 가장하여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이런 식의 편집으로 네티즌의 항의도 벗어나고 마치 대선에 대한 공정한 보도를 하는 것처럼 보일수 있으니 말이다.
또 하나, 네이버는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고, 나날이 줄어들고 있음을 네티즌들에게 이런 식의 카운트다운으로 주지시키고 있다. 카운트다운은 사람을 초조하게 만든다. 따질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수십 가지 비리 의혹에 시달리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할 시간이 없음을 은연 중에 알리고 있다. 결국 지금 지지율이 높은 이명박 후보가 별 검증 없이 이대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는 네이버의 의지가 무의식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 대선참모 진성호가 얘기한 “네이버는 평정됐다”라는 말이 그냥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네이버는 정치 기사에 대한 댓글시스템을 없앰으로해서 네티즌들의 언로를 막았고, 비상식적 헤드라인 편집으로 네티즌에 대한 영향력을 무의식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참 대단한 잔머리가 아닐 수 없다.
다른 포털도 그런지 살펴보았는데, 다음, 엠파스, 파란, 네이트 등 그 어느 곳도 네이버와 같은 짓을 하는 곳은 없었다. 이런 업체가 대한민국 포털 시장 1위를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네티즌들이 의식적으로 나서야 한다. 네이버가 눈치를 봐야할 곳이 삼성이나 한나라당 이명박이 아니고, 바로 네티즌임을 알게해 줘야 한다. 잔머리로 흥한 자는 잔머리로 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줘야 한다.
네이버, 정말 안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