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부터 도망친 별
밤하늘에 별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오리온 별자리가 또렷하게 내 얼굴로 내려왔다. 대학교 때 강화도로 엠티를 갔었을 때도 그랬었다.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는데 밤하늘은 셀 수 없는 별들로 출렁거렸다. 옛 사람들이 왜 미리내라고 불렀는지 알 것도 같았다. 별똥별도 여러개 떨어졌고, 나는 여러 가지 소원을 떨어지는 별동별과 함께 마음 속 깊이 간직했다. 밤공기는 바삭바삭했다. 그 바삭거리는 공기가 내 가슴 속을 훑고 지나갔다. 조각배 같은, 아니 아리따운 여인의 눈썹 같은 그믐달이 별들 사이로 헤엄쳐 갔다.
밤하늘에 저 별들이 없다면 얼마나 적막할 것인가. 하지만 도시의 밤하늘엔 별들이 떠난지 이미 오래다. 도시의 인간들은 밤하늘을 올려다 보지도 않을 뿐더러 별들이 이미 떠난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별들이 떠난 밤하늘 아래 살고 있는 이들은 네온싸인들만이 번쩍이는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인간들이 만든 불빛은 별빛보다 밝았지만 별빛보다 한없이 추해 보였다. 그 번쩍거리는 불빛을 뒤로 하고 별들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슬픈 일이었지만 인간들은 그 슬픔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럴 겨를이 없었다.
20여년 만에 찾은 대둔산에서 도시로부터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도망친 별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간들이 별들로부터 도망친 거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별들이 그리 멀리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별빛에 취해 하염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