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봄
주간 일기예보에서 이번 주는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했는데, 늘 그렇듯이 일기예보는 빗나갔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1월의 을씨년스러운 스산함이 사라졌다. 나뭇잎들은 울긋불긋 저마다의 색으로 물들고, 노란 은행잎들이 길가에 떨어졌다. 노란 은행잎들이 떨어진 길 위로 새벽 안개가 피어 올랐다.
겨울이 저만큼 다가와야 할 시절에 오히려 겨울이 떠난 듯한 느낌을 주는 11월. 꽃들이 피었다. 가을에 피는 국화는 물론이거니와, 봄에 피는 철쭉과의 연산홍도 분홍색 꽃을 피웠다. 이미 저버린 줄 알았던 코스모스도 다시 얼굴을 내밀었고, 열매 맺은 장미도 다시 꽃망울 터뜨렸다.
단풍이 들고, 낙엽은 지는데 꽃들은 철을 모른다. 지금이 11월인줄 꽃들이 알았다면 얼마나 황망했겠는가. 이렇게 포근하다가도 갑자기 서리가 내리고 눈발이 날린다면 꽃들은 얼마나 춥겠는가.
포근한 봄날 같은 햇살 속에서 엿보는 가을의 아름다운 풍광이 넉넉해 보이기도 하지만, 계절의 급격한 변화를 보면 그런 가을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여유보다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낙엽이 뒹구는 쓸쓸한 11월이 아닌 꽃이 피고 포근한 11월. 한반도는 그렇게 더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