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한 번 더 하면 안 되나
박정희, 전두환 독재에 데어버린 우리나라는 87년 “5년 단임제 대통령제”라는 헌법을 만들었다. 이 헌법 덕분에 친일, 독재, 부패 세력의 권력 독점을 노태우, 김영삼 정권으로 끝내고 98년 정권 교체를 이룩했다. 건국 이래 50년 만이었다. 정권 교체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지만 그 대가는 너무 가혹했다. 50년간 이어진 친일, 독재 세력의 무능력과 부패로 나라는 거덜이 났다.
그 국가부도의 위기를 국민의 정부가 막아내고, 참여정부에서 드디어 나라가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했고, 권력 기관들을 원래 자기 자리로 돌렸다. 경기 부양을 하지 않고도 주가지수는 2000을 돌파했고, 수출과 무역흑자는 연일 늘어났다. 기업들은 정치 자금 차떼기에서 해방되었고, 체질 개선을 통해 건실하게 다시 태어났다. 북핵 문제로 위기로 치닫던 북미 관계는 6자 회담과 우리 정부의 외교로 실마리를 잡기 시작했다. 언론은 역사상 최고의 자유를 누리고 있고, 정신통신 기술의 발달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화 대국이 되었다. 우리의 문화는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일제 시대, 독재 시대 때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명예가 하나 둘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정권 교체 10년 만의 일이고, 참여 정부 5년 만의 일이다. 부도 직전의 나라를 민주 세력이 인수해서 이루어 놓은 성과다. 정말 세계 어떤 나라가 IMF 국가 위기를 5년 만에 졸업하고, 50년간 뒤틀린 민주주의와 사회 부조리를 단 5년 만에 바로 세운단 말인가. 정말 대단한 나라, 대단한 국민 아닌가. 그 중심에 걸출한 두 명의 정치인이 있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룬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남북정상회담이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났다. 남과 북의 대결 구도가 완화되고 우리 국민들은 북이 우리의 적이 아닌 결국에는 우리가 보듬어 안고 가야 할 우리의 형제자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금강산 관광, 개성 공단 경협이 시작됐고, 철도가 이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남북을 오갔다. 북핵 문제로 북미 간의 마찰이 있었어도 우리 국민을 동요하지 않았다. 평화의 물꼬가 터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두 번째로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다. 노무현. 노무현이 김대중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것은 정말 우리 민족의 복이다. 그는 이제 지역주의 온 몸으로 깨부수려 했던 단순한 비주류 야당 정치인이 아니다. 상식과 원칙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로 무장하고 지난 4년 6개월간 그 고난의 세월을 이겨 내고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었다. 이제 그는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와 외교의 달인이 되었다. 세계 어떤 국가 지도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대통령이 되었다.
이런 인물이 이제 6개월 후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다. “5년 단임제”를 규정한 우리 헌법이 이렇게 야속할 수가 없다. 노무현이 한 번만 더 이 나라를 이끌어 준다면 정말 우리는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을텐데, 나라를 반석 위에 올릴 수 있을텐데, 정말 안타깝다. 이렇게 훌륭한 지도자를 만들고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는 우리의 처지가 정말 아쉽다.
지금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인물들, 특히 유력 주자라 불리우는 인물들이 감히 노무현과 비교가 되는가. 자칫 잘못하면 지난 10년의 세월을 거꾸로 돌릴 수도 있다. 우리 국민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정치 언론들의 사기에서 얼른 깨어나야 한다.
웃기는 언론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누구한테 더 이익인지, 또 뒷거래는 없었는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의도는 없는지 이런 것들에만 관심이 있다. 그들에게 우리 한반도의 평화, 민족의 안위와 번영은 안중에도 없다. 정말 쓰레기 언론들 아닌가. 이들을 개혁하지 않고는 우리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노무현이 한 번 더 할 수 없다면, 김대중-노무현의 뒤를 이을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그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대통령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김대중은 노무현이 뒤를 이었기 때문에 더 빛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그의 정책을 이어받는 사람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그가 더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유시민, 이해찬에게서 그 가능성을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평화 체제가 정착되고, 경제 협력이 강화되고, 이산 가족들이 만나고, 핵이 폐기되고, 북미간 수교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을 것이다. 참여정부는 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정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정부는 그 기반을 바탕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우리의 자랑스런 대통령, 그의 노고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