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착각 또는 자해?
광주와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8할을 담당했던 그곳에서 말이다.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정부 10년을 만들어낸 그곳에서 말이다. 기회주의 정당이자, 야권분열 정당이자, 새누리 2중대 정당인 국민의당을 지지한다고 한다. 광주와 호남의 정치의식이 그 정도라면 이 나라에 희망은 없다.
호남 사람들에게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물으니, “무조건 본가(더불어민주당)를 혼내주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을 혼내주는 것은 좋은데, 그 방법이 국민의당 지지란다. 혼내는 방법이 너무 궁색하고 부끄럽지 않은가?
지금 국민의당을 만든 사람들은 어디 화성에서 온 외계인들인가? 그들은 더민주(새정치연합)에서 단물이란 단물은 모두 빨아 먹고, 먹던 우물에 가래침을 뱉고 나온 인간들인데, 그들이 이름만 바꾸면 새사람이 되는가? 현역 국회의원 교체 여론이 높았던 광주와 호남에서 다시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되기 힘들어지자, 자기가 몸담았던 정당의 등에 칼을 꼽고 나와서 국민의당으로 출마하면 정치신인이 되는 것인가?
정치의식이 높다는 광주, 호남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호남에서 오랫동안 제1당을 차지한 더민주를 혼내주겠다는 것은 좋다. 그럴 수 있고, 때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 더민주를 혼내기 위해 정의당이나 녹색당 등을 지지하겠다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높이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더민주의 대안이 국민의당이라면 그것은 착각과 오판을 넘어선 자해행위다.
국민의당이 호남 제1당이 된들 호남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고립과 멸시뿐이다. 정말 안철수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국민의당이 호남을 넘어 전국정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지 궁금하다.
그동안 더민주가 보였던 퇴행적 행태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자들이 만든 당이 국민의당이다. 호남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호남의 정치자영업자와 종편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근거없는 마타도어에서 벗어나라고 말이다. 국민의당을 지지해서 당신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 현대사에서 광주와 호남이 기회주의자들을 지지한 적은 없다. 그것이 주어진 운명이었던, 아니면 자의적 선택이었던 간에 광주와 호남은 한국 민주주의의 버팀목이었고, 근간이었다. 또다시 이 나라의 운명은 광주와 호남이 쥐게 되었다. 당신들의 선택에 따라 이 나라의 미래가 달라진다. 그 선택이 국민의당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망월동의 영령들이 당신들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