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글쓰기
참여정부 연설문 작성 비서관이었던 강원국의 증언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글쓰기(특히, 연설문)에 관한 한 최고의 안목과 역량을 갖춘 정치인이었다. 수구 기회주의 세력들은 그의 말투를 문제 삼아 끊임없이 그를 헐뜯었지만, 연설에 관한 한 노무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가였다.
강원국이 펴낸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에 노무현 대통령이 비서관에게 내린 32개의 글쓰기 지침이 나온다. 그것은 연설문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금과옥조와 같은 것들이다. 그 중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해 본다.
- 쉽고 친근하게 쓰게.
-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 중요한 것은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서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네.
-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안 되네.
-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pp. 19-21>
이 나라는 한때 이런 수준을 대통령을 가졌었다.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이지만,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얘기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