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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가을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이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해서, 내가 세상에 집착한다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려 놓고 급전 300억 달러를 빌릴 수 있게 되었다고 환호작약하는 저들에게 해줄 얘기는 아무것도 없다. 한나라당이 1%만을 위한 정당인 줄 알면서도 선거만 있으면 한나라당을 찍어대는 국민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민주당은 우리의 대안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희망도 패기도 정열도 용기도 없다. 그냥 리만 브라더스와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다니는 무기력만 가득할 뿐이다. 비전도 없고, 대안도 없고, 그저 떡고물이나 쫓아다니는 궁물들과 386 떨거지들이 모여있는 노회한 정당일 뿐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사라진 정당에는 적막만 감돈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된 정치 세력, 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수십 만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도 그것을 정치적 힘으로 묶어낼 세력이 없다. 아무리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깽판을 쳐도 4년 후에 그들을 딛고 일어설 세력이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 수도 있을텐데 우리에겐 그것이 없다. 희망이 없다는 것만큼 견디기 힘든 것도 없다. 새로운 정당이 생겨야 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될 수 있으면 당분간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침묵하고 싶다. 지쳤다. 아니 저들의 탐욕에 질려버렸다. 저들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당분간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 탐욕의 극한에서 그 탐욕에 의해 저들이 쓰러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탐욕은 죄다. 그 죄의 댓가를 모두가 질 것이다. 같은 하늘을 이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러거나 말거나.

단풍이 아름답다. 떨어지는 낙엽 사이로 가을은 깊어간다. 바람이 살랑거리고, 햇살이 따사롭다. 인간의 탐욕만 외면해버리면 그나마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자연의 품은 그렇게 넉넉하다. 밥 굶지 않고, 내 몸뚱이로 노동을 감당할 수 있을만큼 건강하다면 행복할 것이다. 이 나라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사치인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11월의 봄

11월의 봄

주간 일기예보에서 이번 주는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했는데, 늘 그렇듯이 일기예보는 빗나갔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1월의 을씨년스러운 스산함이 사라졌다. 나뭇잎들은 울긋불긋 저마다의 색으로 물들고, 노란 은행잎들이 길가에 떨어졌다. 노란 은행잎들이 떨어진 길 위로 새벽 안개가 피어 올랐다.

겨울이 저만큼 다가와야 할 시절에 오히려 겨울이 떠난 듯한 느낌을 주는 11월. 꽃들이 피었다. 가을에 피는 국화는 물론이거니와, 봄에 피는 철쭉과의 연산홍도 분홍색 꽃을 피웠다. 이미 저버린 줄 알았던 코스모스도 다시 얼굴을 내밀었고, 열매 맺은 장미도 다시 꽃망울 터뜨렸다.

단풍이 들고, 낙엽은 지는데 꽃들은 철을 모른다. 지금이 11월인줄 꽃들이 알았다면 얼마나 황망했겠는가. 이렇게 포근하다가도 갑자기 서리가 내리고 눈발이 날린다면 꽃들은 얼마나 춥겠는가.

포근한 봄날 같은 햇살 속에서 엿보는 가을의 아름다운 풍광이 넉넉해 보이기도 하지만, 계절의 급격한 변화를 보면 그런 가을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여유보다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낙엽이 뒹구는 쓸쓸한 11월이 아닌 꽃이 피고 포근한 11월. 한반도는 그렇게 더워지고 있다.

가을날의 행복

가을날의 행복

가을의 햇살이 정말 따사로웠다. 아파트 초입에 늘어선 여러 나무들이 저마다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은행나무는 노란색으로, 단풍나무는 붉은색으로, 메타 세콰이어는 오렌지색으로 물들었고, 소나무는 변함없는 푸른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늘은 맑았고, 구름 몇 점이 떠 있었다. 바람은 서늘하게 가을을 재촉했다. 놀이터에 아이들 몇이 재잘대며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평화로웠다.

불현듯 내 가슴에 행복이 밀려들었다. 이 얼마나 감사한 풍경이란 말인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아이들의 웃음소리, 푸른 하늘, 맑은 공기.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었다. 내가 이 지구라는 별에 와서 이렇듯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다니. 눈물이 나올만큼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누리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고, 존경하는 부모님이 계시고, 동생들이 있고, 친구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시를 보고, 영화를 보고, 때때로 운동을 할 수가 있는 여유가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욕심내지 않고 자족할 수 있는 가난한 마음을 갖게 해 준 신께 감사한다. 따스한 가을날의 햇볕 속에서, 아름다운 나무와 풀들 속에서,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서 나는 한없는 행복을 누렸다. 이 나의 행복을 살아있는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Palisades Parkway를 따라 북쪽으로 가을은 깊어가고 있었다. 길가의 나뭇잎은 Hudson강의 물안개로 노란빛이 무거웠고, 사람들은 차를 타고 Bear Mountain 정상에 올랐다. 폐광된 Silvermine은 스키장으로 변해 있었고, 호숫가 갈대들은 가을 바람에 저마다의 몸짓으로 춤을 추었다. Seven Lakes는 흐린 하늘과 단풍으로 물들었고, 나는 나즈막히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다.

비가 내리면
음~ 나를 둘러싸는 시간의 숨결이 떨쳐질까
비가 내리면
음~ 내가 간직하는 서글픈 상념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음~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음~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바람이 불면
음~ 나를 유혹하는 안일한 만족이 떨쳐질까
바람이 불면
음~ 내가 알고 있는 허위의 길들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음~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음~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음~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Bear Mountain

Cloudy Autumn Sky Cloudy Autumn Sky Reeds Silvermine

Silvermine Silvermine Boat Launch Bear Mountain

[audio:Zoo-Cloudy_Autumn_Sky.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