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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Life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영화 씨네마천국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선물을 남기고, 토토는 그 선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알프레도가 토토를 위해 이어붙인 입맞춤 장면들. 가슴뭉클한 대목이다. 알프레도의 방해로 첫사랑과 헤어져야 했던 토토. 알프레도의 바람대로 토토는 유명한 감독이 되지만, 그 길이 과연 토토를 행복하게 해 주었는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알프레도가 토토를 자기 목숨보다도 더 사랑했다는 것. 그 진심을 알게 된 토토도 알프레도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은 아내와 결혼한 지 꼭 아홉해 되는 날이다. 세월은 살과 같이 흘렀고, 아내와 나 사이에는 토끼 같은 딸이 생겼다. 행복했던 순간들과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아내와 함께 보낸 9년의 세월은 내게 너무 소중하다.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며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고 행운이었다.

결혼할 때 반지조차도 마다했던 아내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보낸 그 입맞춤 장면들처럼. 결혼할 때 친구들과 지인들이 홈페이지에 남긴 축하메세지들을 다시 정리했다. 9년 전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생이 다할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랑하면서 살자꾸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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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키운다는 것은

딸을 키운다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것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딸을 키우는 것은 기쁨이요, 행복이다. 생각해 보라. 여섯 살짜리 딸아이가 아빠에게 자기가 만든 꽃을 선물하며 힘내라고 할 때의 그 기분. 가슴에 뭔가가 치밀어오르는 그리고 왈칵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은 감동. 딸을 가진 부모만의 특권이 아닐까. 부모가 되어 보니 알겠다. 왜 부모는 자식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가를. 부모는 평생 자식을 사랑하며 노심초사하지만, 자식은 그 존재만으로도 부모의 사랑을 갚는다. 나도 내 아버지 어머니에게 그런 존재였을까. 그럴거라 생각되지만, 나는 내 딸아이만큼 내 부모를 감동시키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이 남자들의 한계다. 오늘도 딸아이에게 하나를 배운다. flower.jpg
너와 15년 간의 동거를 끝내며

너와 15년 간의 동거를 끝내며

네가 내게로 온 것이 그러니까 내가 처음 직장에 들어간 날이었지. 나는 그날을 아직도 기억해. 어머니가 입사를 축하한다며 내 바지 주머니에 너를 찔러 넣어 주셨다. 너는 평범했지만 깔끔한 녀석이었어. 그날 이후로 넌 15년 동안 단 하루도 날 떠나지 않았지.

넌 매일 내 엉덩이에 눌려 있으면서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고, 내가 잡동사니를 마구 구겨 넣었을 때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어. 친구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은 스티커 사진을 붙여 주었을 때, 너는 잔잔하게 웃었다. 그 스티커 사진이 이제 빛이 바래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됐네.

네가 낡아갈수록 그리고 볼품 없어질수록 난 너에게 더 정이 들었단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너를 버리라고 성화일 때도 너를 외면할 수 없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그런 물건이 되어 버렸지.

이제 너를 떠나 보낼 때가 되었나 봐. 지난 15년간 내 바지 주머니 속에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던 너를 놓아주어야 할 것 같아. 미안하다. 너를 더 잘 보살폈으면 네가 지금보다는 좀 더 낫지 않았을까? 내 무심함조차 이해해 주는 너를 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너를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었어. 너와의 고락이 묻어 있는 그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의 우정을 기억하기 위해.

잘 가라. 그리고 이제 편히 쉬어, 나의 까만 지갑아.

Black Wallet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아침에 눈이 내렸다. 지난겨울에도 볼 수 없었던 눈을 봄의 문턱에서 만난다는 것은 어색하다. 계절이 뒤죽박죽되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도 되고. 하지만 오늘 아침의 눈은 이 아빠에게 아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추억을 되새기게 해 준다.

6년 전 오늘, 엄마는 너를 낳기 위해 이틀이나 산통을 거듭했고, 그날 창밖에는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너는 엄마의 따뜻한 자궁이 그렇게 그리웠는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지. 결국에는 의사가 수술을 했고, 너는 한쪽 눈만 뜨고 아빠의 얼굴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을 가지러 집으로 갈 때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그 눈은 아빠에게는 축복이었다. 누가 너를 아빠와 엄마에게 보내주셨는지는 모르지만, 너같이 귀엽고 예쁜 녀석을 보내주신 그분께 감사했고, 우리는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행복에 사무치니 누가 시샘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네가 아팠던 지난 2년 우리는 힘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지. 어린 네가 겪어야 할 고통에 엄마 아빠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잘 먹고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너는 단식을 해야 했고, 친구들이 다니는 유치원에도 제대로 갈 수 없었지. 아빠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힘든 삶에도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이 어려움이 우리에게 뭔가를 얘기해 주고 싶어 한다는.

이제 우리는 터널을 겨우 빠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건강의 소중함을 알았고, 현대 의학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없는지 그 허와 실을 알았으며, 건강의 책임은 본인과 가족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네가 다시 건강을 찾아 나가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수업료가 비쌌지만, 제대로 배웠다는 생각이다.

아빠는 우리 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난 2년간 우리가 건강에 관해 공부하고 생활한 것처럼 그렇게 하면 우리 가족은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고 찾아야 한다. 행복은 소유로부터 오는 것도 아니고, 혼자만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그리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우리 딸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는 네가 있어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아빠는 네게 너무 많은 빚을 진 것 같다. 아빠도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아빠가 될 수 있도록, 아빠의 삶이 너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게.

여섯 번째 맞는 너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딸아!

20년의 두께

20년의 두께

어젯밤 술자리에서 만난 아이들은 내가 고향을 떠날 때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20년 전보다 아이들의 술자리는 세련되어 보였다. 사발을 들고 다니는 선배들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고, 비릿해 보이는 아이들은 어색하게 술을 마시며 인사를 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진리만 변하지 않는 듯 했다. 20년의 두께를 뛰어 넘어 그들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가 그 당시 했던 삶과 사회에 대한 고민들이 지금 그 아이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어 어쩐지 우울했다. 그들은 젊었지만 그 젊음이 부럽지 않았다. 그들이 부닥쳐 살아야 할 인생들이 무거워 보였고, 그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여전히 간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안도했다. 비겁하지 살지 않을 수 있는 행운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들에게 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술 서너잔에 몸이 가라앉았다. 세월은 아무도 비껴가지 않을 것이다.
고향의 아침

고향의 아침

20년만에 돌아온 고향. 새벽 3시부터 닭은 울어댔고 남쪽 하늘에 뜬 샛별이 밝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별똥별이 지나가는 새벽 하늘 저 멀리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오랜 비행으로 시간에 적응하지 못한 몸은 몹시 무거웠고, 폐부로 들어 온 아침 공기는 바싹했다. 산허리를 휘도는 안개 사이로 고향의 아침은 내게 다가왔다.

두텁게 쌓여버린 그러나 잘 기억할 수 없는 지나간 시간들을 딛고 삶은 이렇게 새로 시작됐다.

진짜 예술

진짜 예술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 고 백남준은 “예술은 사기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사기가 예술이 되려해도 최소한의 소통을 담보해야 하며, 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반영하거나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많은 사기꾼들이 예술가가 되었다.

나는 기쁨과 행복을 주는 예술이 진짜 예술이라고 믿는다. 다섯 살 딸아이의 그림을 보면서 진짜 예술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했다. 나에게 그 어떤 작가의 전시회보다도 진한 감동을 준 작품들이다.

Have a Nice Day!

Three Sisters Dancing Girls A girl meets a boy Fire and Firefighters A Girl Under the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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