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어젯밤 꿈에 노무현 대통령을 보았다. 대통령은 몸이 편찮은 듯 누워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검찰을 손 봐야 한다고 간언을 하고 있었다. 검찰의 인적 쇄신 없이는 그리고 사법 체계의 쇄신이 없이는 우리의 미래도 노무현 대통령의 미래도 없다고 거의 매달리다시피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 표현은 이렇게 점잖게 했지만, 꿈 속에서는 검찰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얘기했던 것 같다.

대통령은 몹시 불편한 기색이었다. 그런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안된다고 내 요구를 거절하였다. 나는 그런 대통령이 너무 답답했다. 그렇게 검찰에 당하고도 어떻게 저런 말씀을 하시는지 너무 답답하여 가슴을 치다 잠을 깼다.

새벽에 <나는 꼼수다> 봉주 7회를 듣다가 부천지검에 있는 박은정 검사가 양심선언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경원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자기 배우자 건에 대해 특정인을 기소해달라는 청탁 전화를 직접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박은정 검사가 그런 양심선언을 하게 된 계기는 사람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저항하는 이유는 사람이고 싶어서다.”

<‘나꼼수’ 봉주 7회, 박은정 검사 “나경원 남편 김재호 판사 기소 청탁”, TV리포트>

나는 그동안 검찰이란 조직에 몸담은 자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검사동일체라는 고리타분한 봉건적 원칙 아래 자신들의 특권만을 위해 하나로 똘똘 뭉쳐 있는 이 집단은 이 나라의 어느 범죄 조직과 견주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이들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위대한 정치인을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죽인 자들이다.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결코 구원받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른 자들이다.

그런 추악한 집단 안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박은정 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오늘 또 한사람의 의인을 발견했다. 그리고 왜 꿈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을 쓸어버리자는 내 요구를 거부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 가슴에 사무친다.

박은정 검사의 이름 석자를 이 블로그에 남겨 기억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는 그 무엇이기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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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사안의 알맹이 이슈는 물론 ‘기소청탁’ 여부에 관한 것이지만, 부가적인 이슈인 ‘정보원 보호’에 대해선, 박검사와 나꼼수의 사전 교감 여부와 상관없이, 나꼼수에서 박은정 검사의 실명을 밝힌 건 아쉬움입니다. 물론 박은정 검사가 실명을 밝히길 원하지 않았다면, 나꼼수는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겠구요. 박검사가 실명 공개를 허락하였다고 하더라도 나꼼수 측에서 오히려 그 선택권을 박검사 스스로 행사하도록 배려(?)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 편입니다.

    추.
    더불어 사족 하나. 진중권이 나꼼수를 비판하면서 “박은정 검사는 자신의 이름을 공개할 의사가 없었다.”는 단정(‘리트머스’라는 팀블로그의 첫 글)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죠. 진중권은 ‘논객’이라고 불리는 분인데, 이렇게 정황적 근거에 바탕한 가설을 신앙화라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민노씨 님 말씀에 일견 동의합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면 실명을 공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맞겠지요.

      나꼼수를 들어 보니, 박은정 검사도 나꼼수 진행자들과 상의를 하고 기소청탁 건에 대한 증언을 한 것이 아니더군요. 만약 박 검사가 그 증언 전에 나꼼수 측과 미리 상의를 했다면 나꼼수 측은 구속을 감수하더라도 박 검사를 말렸을 겁니다.

      박 검사가 본인의 직을 걸고 그런 증언을 했다면, 나꼼수 측에서도 박 검사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밝힌 것이 아닌가 합니다.

      상황이 매우 급박했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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